40여곳 폐업·1000여명 실직
공단 인근 음식점도 한산
원룸 급매물 쏟아져
[ 하인식 기자 ]
포항 철강공단이 조선업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항시 전체 세수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경영난이 관련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로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다양한 산업을 보유한 울산과 달리 포항은 철강산업에만 의존하는 비중이 높다.
지난 27일 포항시 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 내 A공장 정문 앞. 이 회사 직원 김모씨(50)는 “지난해 10월 문을 닫아 동료 50여명이 실직했다”며 “매달 3000~4000t의 후판을 절단해 현대중공업에 공급하던 일감이 끊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단 주변 도로에는 공장 임대·매매 현수막이 걸려 있다. 공단 내 대형 철강업체에 근무하는 이모씨(40)는 “특수강으로 바꾸는 등 자구 노력을 하지만 내수 부진과 연관산업 경기 추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영헌 공단 관리팀 차장은 “기업마다 쉬쉬하지만 ‘구조조정 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철강재 최대 수요처인 국내 조선업계 구조조정 영향으로 공장 내 빈터마다 제품이 쌓여 있다. 철강공단에 등록된 272개사 342개 공장 중 40여곳이 이미 휴폐업했거나 부도, 경매 절차를 밟고 있다. 고용인원도 지난 4월 기준 1만4954명으로 1년 사이 1000여명이 공장을 떠났다.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은 ‘고용상황반’ 가동에 들어갔다.
철강공단 기업들이 시에 납부하는 지방세도 줄고 있다. 철강업이 호황을 누리던 2009년 포스코가 포항시에 낸 지방세만 918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2010년부터 500억원대로 떨어졌고 올해는 242억원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게 포항시의 설명이다. 포항시가 올 한 해 동안 징수할 담배소비세 350억원보다도 적다. 재정자립도는 2009년 53.3%에서 올해 39.3%로 떨어졌다.
서민 경제도 소비 부진으로 악화되고 있다. 철강업체 직원들이 주머니를 닫자 포항 시내 식당과 유통상가는 손님이 줄어 울상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새벽까지 불야성을 이루던 쌍용사거리 일대는 오후 10시면 손님이 없어 썰렁하다. 이곳에서 식당을 하는 조민호 씨(45)는 “철강업체 직원은 물론 시민 발길도 뜸하다”며 “올해처럼 손님이 없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인근 북부해수욕장 일대 중개업소에는 원룸·주택 ‘급매’ 전단이 빼곡히 붙어 있다. A중개업소 김모 대표는 “2년 전만 해도 웃돈을 주고도 원룸을 찾기가 힘들었는데 지금은 정반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철강경기 침체로 포항 경제가 너무 어렵다”며 “기관·단체와 머리를 맞대 철강업체 지원, 신성장산업 육성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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