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국민연금, 투자 기업에 ‘갑질’ 논란...맞춤형 재무 컨설팅 요구

입력 2016-06-22 09:04
딜라이브 채무 재조정에 대한 외부 컨설팅 요구…국민연금 내부 회의 제출용 자료
채권단 “국민연금이 과도한 특혜 요구”…구조조정 지연되면 국민연금도 추가 피해
국민연금 “선제적 구조조정 첫 사례, 채무 재조정 방안 신중하게 결정”


이 기사는 06월21일(06:03)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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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이 내부 회의에 사용할 ‘재무 진단 컨설팅’을 투자 기업에 요구해 논란을 빚고 있다. 해당 기업 뿐 아니라 채권단에서조차 “국민연금이 과도한 특혜를 요구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뒤늦게 투자 기업에 컨설팅 요구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딜라이브(옛 씨앤앰)의 채권단이 추진하는 2조2000억원 규모 인수금융의 만기 연장 및 채무 재조정 방안에 대한 컨설팅 보고서를 딜라이브 측에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딜라이브는 국내 컨설팅 회사인 네모파트너스에 의뢰해 이달 초부터 컨설팅에 착수했으며 지난 주 1차 요약본을 국민연금 측에 전달했다.

컨설팅을 받는 표면적인 이유는 채무 재조정 방안의 타당성을 외부 기관으로부터 검증받기 위해서다. 컨설팅에 들어가는 비용과 인력도 회사 측이 전액 부담한다. 하지만 일부 채권단은 국민연금이 내부 회의에 필요한 보고서를 위해 수억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컨설팅을 추진한다고 비판했다.

컨설팅이 추진된 시점은 지난 5월 국민연금 내부 회의(투자위원회)에서 딜라이브의 채무 재조정 방안이 두 번째 부결되고 나서부터였다. 컨설팅 결과는 21개 전체 채권단이 공유해야 하지만 철저하게 국민연금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회사 측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 측 요청으로 컨설팅 결과에 대한 파인 튜닝(세부 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컨설팅 일정도 철저하게 국민연금의 내부 회의 일정에 맞춘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의 딜라이브 인수금융(3600억원)은 전체의 16%에 불과하다.

상당수 채권단은 컨설팅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을 정도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 채무 재조정 안건을 논의할 때 외부 컨설팅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있었지만 비용 부담이 크고 효율성이 낮아 포기했다”며 “국민연금이 ‘울트라갑’이라고 비판받는 이유를 알겠다”고 꼬집었다.

◆국회·감사원 면피용 보고서
국민연금이 뒤늦게 컨설팅을 요구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작년 말부터 5개월가량 진행된 채무 재조정을 위한 실무회의에선 국민연금이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다. 현재 전체 채권단 중 국민연금, KDB캐피탈, KDB생명, 수협 등 4개 기관이 채무 재조정 방안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KDB캐피탈과 KDB생명은 채무 재조정 안건에 대한 동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수협은 회의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미 동의서를 낸 15개 기관은 컨설팅 보고서가 나와도 마땅히 활용할 데가 없다.

국민연금 측은 “영업이익을 정상적으로 내는 대기업의 첫 선제적 구조조정 사례기 때문에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신중하게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딜라이브의 영업이익이 2012년 말 1600억원에서 2015년 말 739억원으로 급감하자 출자전환 및 금리 인하 등을 포함한 선제적 구조조정을 추진해 왔다. 이런 방안은 통상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기업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금융회사들이 사후적으로 추진하는 채무 재조정 방안들이다.

국민연금이 선제적 구조조정을 꺼리는 주요 원인이 “국회나 감사원 등의 사후 감사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컨설팅 보고서도 사후 감사를 대비한 문서라는 것. 실제 컨설팅 결과에도 불구하고 채무 재조정 방안의 주요 내용은 바뀌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민연금 등 일부 채권단 때문에 채무 재조정 절차가 두 달가량 지연되면서 딜라이브의 영업 및 재무 상황은 적지 않은 악영향을 받고 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의사 결정이 지연되면서 회사 측이 받게 될 직간접적인 피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 국회나 감사원이 이런 문제들도 따져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민간 운용사나 투자 기업에 대가 없이 각종 보고서를 요구하는 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국내외 사모펀드(PEF), 부동산, 인프라 등에 투자할 때 외부 회계, 법률, 재무 컨설팅 보고서를 요구하고 있다. 비용은 전액 운용사가 부담한다. 투자가 성공하면 운용 보수로 충당할 수 있지만 실패하면 비용 전액을 운용사가 감당해야 한다. 국내 PEF 대표는 “국내 중소형 민간 운용사들이 국민연금에 적극적으로 투자 제안을 하지 않는 주요 이유가 외부 컨설팅 비용 부담”이라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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