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모 정치부 기자) 청와대가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하고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겠다는 국토교통부의 발표와 관련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오후 2시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했지만 신공항과 관련해서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북한의 테러위협, 경제심리 위축 우려, 투명하고 신속한 기업 구조조정 등을 역설했을 뿐이다. 신공항 관련해 박 대통령의 언급을 기다리고 있던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역시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박 대통령이 비공개 회의에서 신공항 관련한 후속조치를 지시했을 수도 있지만 언론에 공개된 모두발언에서는 신공항 이슈와는 철저하게 거리를 둔 것이다. 물론 국무회의 모두 발언이 국토부의 공식 발표(오후 3시) 이전에 이뤄진 만큼 박 대통령이 한발 앞서 코멘트를 내놓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정무적 판단도 깔려 있었을 것이다. 국토부 발표 후에도 청와대측은 말을 아끼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용역결과에 대해 우리가 이렇다 저렇다 입장이 아니다. 전문가들이 결정한 것을 갖고....”라고 한발 물러났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에게 “새누리당의 전통적 텃밭인 영남권을 둘로 쪼갤 수 있는 첨예한 사안인 만큼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게 아니냐”고 묻자, 그는 “전문가들이 판단한 사안이다. 정치적 고려로 결정될 일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무산되긴 했지만 신공항을 놓고 경합을 벌인 밀양과 부산 가덕도는 각각 TK(대구·경북)와 부산지역의 사활을 건 지지를 받고 있었다. 당초 예상대로(?) 밀양이 선정되고 가덕도가 탈락했다면 4·13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5명을 탄생시킨 부산을 중심으로 여권에 대한 민심이 더욱 들끓을 수 있었다. 박 대통령의 지지기반 중 한 축이 떨어져 나가는 동시에 정권 재창출에 빨간 불이 켜질 수 있었다. 반대로 밀양을 탈락시킬 경우에는 현 정권의 뿌리인 TK가 요동칠 수 있었다. 청와대로서는 탈락지역의 민심을 달래기 위한 당근책도 마땅치 않았다는 후문이다.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예상치 못한 결정이 나오자 정치권에서는 “아~ 바로 이거구나”라며 무릎을 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치적 고려가 상당부분 반영된 결정이었다는 해설이다. “비교적 중립적으로 결정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언급도 같은 맥락이다. 김 대표는 “신공항이 어느 특정지역으로 결정이 됐을 때 소위 지역간의 갈등문제도 고려했을 테고…하여튼 모든 갈등을 해소 할수 있는 방법이어서 (그렇게) 결정하지 않았나본다”고 말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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