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정부 ISD 최종변론] 종착역으로 가는 '론스타 먹튀 소송'…1년 뒤 최종 판정 나온다

입력 2016-06-05 19:13
3년6개월 끈 5.5조원 ISD 공방 사실상 끝나

론스타 - 한국정부 최종변론
"외환은행 매각 지연 탓 3조 손해…한국정부의 세금 부과도 부당"
"론스타 주장은 가정에 불과…이익 있으면 과세하는 건 당연"

'18년 악연'…누가 웃을까
내년 하반기께 최종판정 예정…정부 패소 땐 책임론 불가피


[ 박한신 기자 ]
“준비한 내용을 중재판정부(재판부) 앞에 모두 다 설명했다. (가정에 기초한) 론스타 측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한국 정부 측 김갑유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재판부가 우리 측 주장을 잘 이해한 것 같다. 론스타에 대한 한국 정부의 차별대우 때문에 발생한 소송이다.”(론스타 측 김범수 KL파트너스 변호사)

18년에 걸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한국 정부의 ‘악연’이 종착점을 향해 가고 있다. 론스타가 “한국 정부의 차별대우로 5조5500억원(약 46억7950만달러)의 손해를 봤다”며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기한 투자자국가소송(ISD) 최종 변론(4차)이 지난 2~3일 네덜란드 헤이그 평화궁에서 열렸다. 3년6개월간 이어진 이번 소송의 최종 변론 현장에서 뜨거운 논리 대결이 벌어졌다.

“3조원 더 벌 수 있었다” vs “가정에 불과”

5조5500억원의 소송가액 중 가장 큰 부분(약 3조4000억원)을 차지하는 건 외환은행 매각 지연을 둘러싼 논란이다. “HSBC에 주당 약 1만8000원에 매각할 수 있었던 외환은행을 정부가 승인을 내주지 않아 하나금융에 1만1900원에 팔게 됐다”는 게 론스타의 논지다.

론스타는 2003년 8월 1조3834억원에 외환은행 지분 51.02%를 인수했다. 2007년 9월엔 HSBC와 5조9376억원에 외환은행을 넘기기로 계약을 맺었다.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는 이 계약에 대한 승인을 미뤘다. 당시 론스타가 외환은행 헐값 인수 의혹 등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승인이 늦어지는 사이 세계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HSBC와의 계약은 2008년 9월 무산됐다. 론스타는 2012년 1월 외환은행을 3조9157억원에 하나금융으로 넘겼다.

이 과정을 두고 론스타는 “정부가 제때 승인을 내줬다면 2조원을 더 받고 그 돈을 다시 운용해 1조4000억원을 더 벌 수 있었다”며 “3조4000억원을 한국 정부가 배상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HSBC와 하나금융 매각액의 차이인 약 2조원에 론스타의 과거 운용수익률을 적용한 금액이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정부 측 한 관계자는 이렇게 반박했다.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 부당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으로 내부조사를 받고 있는 회사원이 있다고 치자. 그 직원이 사표를 내고 (돈을 챙겨) 訣颱構渼鳴?할 때 바로 수리할 수는 없다. 내부조사 결과를 지켜보는 게 상식 아닌가.”

정부 측은 “론스타가 주장하는 배상액 또한 모두 가정에 근거한 것”이란 입장이다. 이번 ISD에 증인으로 출석한 적이 있는 한 관계자는 “론스타는 자신들의 과거 수익률을 가정해 기회비용을 도출하고 있다”며 “그땐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시기여서 다른 데 운용했을 경우 투자금을 더 까먹었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엔 (외환은행 등) 한국의 은행들이 금융위기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았다”고 반박했다.

“세금 안 내도 돼” vs “이익 있으면 세금 내야”

두 번째 쟁점은 세금이다. 론스타는 한국 진출 후 2001년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등 국내 부동산과 자산을 사고팔며 약 4조6000억원의 이익을 냈다. 국세청은 8500억원대의 세금을 부과했다. 론스타는 “한국-벨기에 투자보장협정(BIT) 조항에 ‘상대국에 투자할 경우 세금을 면제해 준다’는 내용이 있다”며 “그동안의 기회비용을 포함해 1조7000억원을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론스타는 미국펀드지만 한국에 투자한 건 론스타가 벨기에에 설립한 별개 회사여서 BIT가 적용된다는 논리다. 정부는 이익이 있으면 당연히 세금을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측 관계자는 “론스타가 양국 모두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며 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ISD는 투자자가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이지 정당한 세금까지 돌려받을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한국 정부가 차별 대우” vs “공정했다”

법리적 논쟁에 깔린 이번 소송의 근본적인 이슈는 ‘한국 정부가 론스타를 정당하게 대우했느냐’는 문제다.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먹튀 자본’이라는 편견을 갖고 다른 투자자들과 차별대우했으며, 이것이 손실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론스타 측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2003년 인수 당시 외환은행의 부실은 심각한 수준이었다”며 “망할 수도 있는 은행에 투자해 살렸더니 한국 정부는 결과만 보고 외국 자본을 차별대우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론스타와 관련해 조치를 내릴 때 내외국민 동등대우 원칙에 기초해 차별 없이 공평하게 대우했다”는 공식 견해를 내놨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측 한 관계자는 “‘정당하게’ 부과한 세금 외에 론스타가 돈 벌어가는 걸 정부가 가로막은 적이 있느냐”며 “7조원이 넘는 론스타의 이익을 국내 자본과 마찬가지로 모두 보장해줬다”고 말했다.

최종 판정은 1년 넘게 기다려야

일단 양측이 각자의 입장을 피력하는 절차는 모두 끝났다. 재판부가 최종 판단을 내리기까지는 앞으로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중간에 정부와 론스타가 적당한 조건에서 합의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소송 개시 후 양측이 3년6개월간 팽팽하게 맞서며 최종변론까지 마친 이상 그럴 가능성은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한국 정부에 유리한 최종 판단이 나오면 론스타가 청구한 금액을 물어주지 않아도 돼 수조원대의 세금을 아낄 수 있다. 또 외환위기 이후 끊임없이 ‘먹튀자본’ 논란을 불러온 戟뵀맙痼?악연을 잡음 없이 마무리하게 된다. 반면 론스타에 배상금을 물어주게 되면 ‘혈세 낭비’ 논란뿐 아니라 외환위기 이후 외국 자본을 대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미숙한 대응을 했다는 비판도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 투자자국가소송제도

investor-state dispute·ISD. 외국투자기업이 현지 정부의 불합리한 정책이나 차별대우, 협정 및 계약 위반 등으로 인해 손실을 입었을 경우 해당국 법원이 아닌 국제기구에 중재를 신청할 수 있는 제도. 보통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기업이 해당국을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소한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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