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를 마치고) 돌아오면 국민으로서의 역할은 더 생각해보겠다.” 줄곧 국내 정치와 거리를 둬온 반기문 UN 총장(사진)이 마침내 ‘대망론’에 응답했다.
반 총장은 전날(25일) 방한 직후 제주 롯데호텔에서 관훈클럽과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최근까지도 UN 사무총장으로서 ‘유종의 미’를 앞세운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내년 대권 도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 총장의 발언 수위는 예상보다 높았다. ‘임기 종료 후’라는 전제조건을 달긴 했지만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그때 가서 고민, 결심하고 필요하면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그의 입을 주목하는 시점에서 나온 계산된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
국가 지도자상을 언급한 대목을 보면 의중이 더욱 뚜렷하게 읽힌다. 반 총장은 1시간30분 가량 진행된 간담회에서 국내 상황에 대해 “국가가 너무 분열돼 있다. 누군가가 국가 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동안 대망론에 대해 명백한 입장을 내놓지 않던 반 총장이 마침내 입을 열었고, 그 메시지가 예상보다 강력해 특히 파장이 컸다.
방한 첫 일정부터 이 ㅅ돈?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오는 30일까지의 방한 기간 반 총장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잠재적 대권 주자’로서 집중 조명을 받게 됐다.
반 총장은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았던 올해 신년 여론조사에서도 여야 주자를 모두 제치고 1위에 올랐을 만큼 파괴력 있는 카드다. 각종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권 출신 인사란 점도 매력적이다.
그가 대선에 출마한다면 여권 주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등 야권 유력 주자에 맞설 대항마가 마땅치 않은 새누리당이 반 총장을 대선 후보로 ‘옹립’하는 시나리오는 정치권에서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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