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제5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를 열었다. 신산업 육성과 경제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 방안들이 제시됐다. 당면 과제인 드론,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등 신산업과 관련한 규제는 국토부 미래부 등이 네거티브 방식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풀겠다고 한다. 국무조정실은 현장 규제 개선 차원에서 경제계의 건의를 수용해 303건을 선제 규제 정비대상으로 선정했다. 두 달 안에 필요한 시행령 개정 등을 마치겠다고 한다.
주목할 것은 303건의 규제 정비대상 중에 공공기관 구내식당 입찰에 대기업 참여를 다시 허용하는 방안이 투자 촉진 및 일자리 창출 대책의 하나로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가 2012년 중소 급식업체 보호를 위해 대기업 입찰을 금지해왔던 것을 앞으로 한전 코레일 등 상근직원이 1000명 이상인 공공기관 25곳에 한해 3년간 한시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당연한 귀결이다. 처음부터 안 되는 규제였다. 기재부 말마따나 대기업 참여를 금지했더니 중소기업이 아니라 외국업체들과 중견기업들이 들어왔다. 대기업에 대한 역차별만 생긴 것이다. 이미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입증하는 그대로다. 대기업이 떠난 자리는 외국업체가 차지했고, 막걸리 같은 업종은 대기업의 철수로 시장규모가 오히려 쪼그라들었다. 대형마트 규제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이제 와서 이럴 줄 몰랐다고 말하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문제는 정부가 이런 참담한 실패를 초래하고도 대기업에 ‘3년간 한시 허용’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대기업이 3년 뒤엔 손을 뗄지 모를 구내식당에 투자하고 우수인력을 대거 채용하며 공을 들이겠는가. 갈팡질팡 정책 탓에 대량 해고, 해외 명품업체 이탈 등을 겪고 있는 면세점 꼴을 보고도 이 모양이다. 꼬리표를 달아놓고 차기 정권에 가선 여차하면 다시 발을 뺄 여지를 남겨 두려는 고약한 꼼수에 다름 아니다. 대통령은 ‘규제 기요틴’까지 언급하는데도 공직자들은 꼼수를 써가며 어떻게든 숨통을 열어놓으려 한다. 규제개혁이 안 되는 데엔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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