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찾아가는 정치'의 시대

입력 2016-05-17 17:46
김용태 < 새누리당 국회의원 ytn@na.go.kr >


“지역구 민원은 구의원에게 맡겨야지, 국회의원이 구의원 하는 일을 하고 다니나.”

2010년 여름, ‘민원의 날’이라는 행사를 시작했을 때 주변에서 ‘국회의원의 본분을 망각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많이 받았다. 국가 현안을 고민하고 중앙정치에 충실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그런 분위기에서 시작한 민원의 날이 7년째 매월 두 차례 치러져 며칠 전 134회를 맞았다.

국회의원에게 ‘지역구를 위한 일’과 ‘국가를 위한 일’이 구분될 수 있는 일인가? 253개 지역구 하나하나를 모으면 그것이 대한민국이다. 253개 지역구 주민의 민생문제가 한곳에 모이면 그곳이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현장이며, 흔히 말하는 풀뿌리 정치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지금은 국회의원이 국민을, 주민을 ‘기다리는 정치’가 아니라 ‘찾아가는 정치’를 해야 하는 시대다. 중앙 정치무대의 계파투쟁이나 모호한 여론게임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 것인지에 대한 가치와 역할을 재정립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민이 필요로 하는 입법이나 민생에 득이 되는 정책?여의도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형성되기란 쉽지 않다. 국회의원이 여의도가 아니라 ‘현장’이라는 학교에서 주민들 삶과 얘기를 통해 보고 듣고 배워나갈 때, 입법과 정책이 민생현실과 괴리되는 일은 최소화된다. 그런 점에서 민원의 날은 찾아가는 정치를 시도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찾아가는 정치가 뿌리 내려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앞으로 선거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공천받아 등장한 후보라든지, 오랫동안 지역 주민과 현안에 천착하지 않은 후보는 국민의 선택을 받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또한, 정당의 후보 공천과정을 보더라도 민의를 거스른 공천의 대가가 얼마나 무서운지는 이번 총선에서 필자가 속한 새누리당이 처절하게 경험한 바 있다.

국회의원이라면 정치권 권력자가 아니라 국민 무서운 줄 알고, 권력자에 대한 충성보다 국민의 신뢰와 봉사를 목숨처럼 중시해야 한다. 또 의전과 예우를 받는 중앙무대가 아니라 국민이 있는 현장을 먼저 찾아가서 하루일을 시작해야 한다. 지역구는 중앙정치의 뿌리다. 뿌리에서 자양분을 원활히 흡수하지 못한다면 4년간의 의정활동 또한 왕성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김용태 < 새누리당 국회의원 ytn@na.go.kr >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