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몰아세운 전북 "우린 광주 가는 길에 들르는 곳인가"

입력 2016-05-17 16:24


(임현우 정치부 기자) “전북도청 기자실 간사로서 국민의당 전체에 부탁하겠습니다. 오실 때마다 계속 반복되는 일인데, 대부분 광주와 겹치거나 주말을 이용해 많이 오시더라고요? 전북은 지나가는 길에 들르는 곳 아니냐는 생각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 당 대표들이 한마디씩 해 주십시오.”

국민의당이 17일 전북도청에서 개최한 전북 지역언론과의 간담회장. 문답이 끝난 뒤 마지막으로 한 기자가 국민의당에 ‘돌직구’를 던졌습니다. 그는 “오는 것을 문제삼진 않는다”면서도 “전북은 여전히 종속변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안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당 당선자들은 5·18 기념식 참석을 위해 이날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전북과 광주를 방문하고 있는데요. 흔히 국민의당의 지역기반을 호남이라고들 말하지만, 전북과 전남의 시선에 미묘한 온도차가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안 대표를 보호하기 위해서인지, 박지원 원내대표가 “제가 말씀드리겠다”며 마이크를 잽싸게 잡았습니다. 당초 국민의당은 전북에서 당선자 워크숍을 갖고 새만금도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 탓에 광주 방문 일정을 급하게 잡는 바람에 전북에 ‘잠시 들르는’ 모양새가 돼 버렸다고 해명했습니다. 박 원내대표는 “전북이 늘 콤플렉스를 가지시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수일 내로 다시 와서 여러분과 시간을 갖겠다”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안 대표도 거들었습니다. 그는 “피치 못할 사정이었음을 이해해 달라”며 “(전북이 미래산업으로 꼽고 있는) 탄소섬유에 저는 관심이 아주 많다”고 말했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조만간 다시 찾아오겠다는 약속도 덧붙였습니다. 앞서 안 대표는 인사말에서 “국민의당은 민주세력의 전초지인 전북 정치로부터 한층 성장할 수 있다”며 “전북 정치가 바로서야 민주세력의 허리가 바로 설 수 있습니다”고 이 지역을 치켜세웠습니다. 전북 출신 당선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간담회는 전북 지역 매체를 위한 것이어서 저처럼 서울에서 온 기자들은 질문을 하지 않고 듣기만 했는데요. 이 지역 기자들이 던지는 질문이 대체로 ‘까칠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북의 현안 법안인 ‘탄소소재 융복합기술 개발 및 기반 조성 지원에 관한 법률’(일명 탄소법)의 19대 국회 처리가 불투명해지는 점에 대해 문제 제기가 특히 많았습니다.

박 원내대표는 탄소법 처리가 지연된 이유를 설명하면서 “19대 때 처리가 안 되면 20대에는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했는데요. 한 기자는 “탄소법은 전라북도법이 아니라 한국의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이고, 전북이 주도할 뿐”이라고 받아쳤습니다. 전북을 필요 이상으로 강조하지 말라는 뉘앙스였습니다. “20대에 다시 하겠다는 말은 이번엔 못 한다는 뜻이냐”고 따져묻는 언론인도 있었습니다.

다른 한 기자는 안 대표에게 “국민의당 지지율이 총선 이후 많이 떨어졌는데 원인과 대책이 뭐냐”고 물었는데요. 안 대표는 “저희에게 선물을 주신 것이 아니라 숙제를 주셨다고 생각한다”는 애매모호한 말로 답을 피해갔습니다.

안 대표에게 ‘지식 검증’을 시도한 기자도 있었습니다. 불쑥 “전라도라는 이름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 아느냐”고 물은 건데요. 안 대표는 “지금으로부터 1000년 정도 전에, 고려 때 처음으로 만들어진 걸로 알고 있다”며 다행히(?) 정답을 내놨습니다.

총선 이후 기세등등했던 국민의당은 20대 국회에서 광주 등 일부 지역에 몰려있는 지역기반을 넓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날 안 대표를 바라보는 전북 지역의 ‘까칠한 시선’을 보니, 이게 결코 쉽지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습니다. (끝)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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