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한진해운 회사채 개인투자 2500억…막판 '폭탄 돌리기'

입력 2016-05-15 18:10
해운사 회사채 '투자 주의보'
투기성 매수세…가격 급등

양사 2500억어치 개인 보유…채무재조정 되면 손실 불가피
현대상선 자율협약 이후 급락…단기차익 노리고 매수 이어져
"불완전판매로 원금 돌려받은 동양 사태 재연 가능성 낮아"


[ 김일규 / 이유정 / 하헌형 기자 ]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중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발행한 회사채 가운데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금액이 약 2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두 해운사가 회생을 위해 추진 중인 출자전환 등 채무 재조정이 이뤄지면 회사채 투자자도 일부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런데도 최근 두 해운사의 일부 회사채 가격이 상승하는 등 비정상적인 거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묻지마 투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투자자 간 ‘폭탄 돌리기’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출은 물론 회사채도 출자전환 대상

15일 채권단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발행한 공모사채 잔액 8042억원 가운데 개인투자자 물량은 전체의 18.6%인 1500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한진해운은 공모사채 잔액 4568억원 가운데 약 1000억원어치(21.8%)를 개인투자자가 갖고 있다.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회사채는 10여개 증권사 계좌에 분산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두 해운사의 자율협약 신청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용선료(배를 빌리는 비용) 인하와 함께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을 요구했다. 두 가지 조건 중 어느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으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불가피하고, 이 경우 손실이 더 커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3월29일 자율협약을 시작한 현대상선은 공모사채의 50%를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고 나머지는 2년 거치, 3년 분할 상환한다는 조정안을 사채권자들에게 제시했다. 현대상선은 이 안건을 오는 31일과 다음달 1일 열리는 다섯 차례 사채권자 집회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한진해운은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 방안을 짜고 있다.

현대상선 채권단은 공모사채의 70%가량을 단위농협과 신협 등이 보유하고 있어 채무 재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투자자 의견이 아니라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조정될 것이라는 뜻이다. 채무 재조정은 출석 채권자(금액 기준)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고 총 채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동의하면 이뤄진다.

다만 다음달 1일 오전 11시에 열리는 현대상선186 사채권자 집회는 진통이 따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집회의 채권 규모는 542억원으로 가장 적지만 채무 재조정에 부정적인 개인투자자가 대부분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회사채를 판매한 증권사들을 통해 최대한 집회 참석률을 높여 안건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하기 힘든 투기성 매수세

금융당국은 최근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회사채에 투기성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는 시장 관측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2012년 6월 발행한 5년 만기 회사채(한진해운76-2)는 지난 13일 장내 채권시장에서 액면가 1만원당 5132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내시장은 개인투자자가 주로 거래하는 곳이다.

이 회사채는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한 지난달 25일 4130원까지 폭락했으나 단기 매매차익을 노린 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몰리며 지속적으로 가격이 올라 5000원대를 회복했다.

현대상선이 2012년 7월 발행한 5년 만기 회사채(현대상선180) 가격도 이 회사의 법정관리 가능성이 처음 불거진 1월 3000원대 후반까지 떨어졌으나 지난 13일에는 5212원까지 상승했다. 현대상선177-2(잔존 만기 1개월), 현대상선179-2(10개월), 현대상선186(3년3개월) 등 장내시장에서 거래 중인 다른 현대상선 회사채 값도 모두 5000원대를 회복했다.

금융시장에서는 2013년 동양그룹 회사채 투자자들이 불완전 판매에 따라 투자 원금을 대부분 돌려받은 것과 비슷한 상황을 기대하고 투기적인 매수세가 몰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계열 증권사를 통해 회사채가 집중 판매된 이른바 ‘동양 사태’와 달리 해운사 회사채가 여러 증권사를 통해 판매됐다는 점, 해운사 유동성 문제가 수년 전부터 불거진 점 등을 고려할 때 불완전 판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일규/이유정/하헌형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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