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노믹스의 결정판' 영웅물에 열광하는 사람들

입력 2016-05-06 18:59
김희경 기자의 컬처 insight


[ 김희경 기자 ]
“날 필요로 하면 언제든 달려가겠어.”

근육질의 영웅 ‘캡틴 아메리카’가 절대 부서지지 않는 방패를 들고 혜성처럼 나타나겠다고 약속한다. 영웅에게 가장 들어보고 싶었던 말. 관객들은 이 달콤한 속삭임에 강하게 사로잡힌다.

지난 5일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개봉 9일 만에 누적 관객수 500만명을 넘어섰다. 역대 국내에서 상영한 외화 중 가장 빠른 속도다. 영웅을 다루는 문화콘텐츠는 매년 쏟아져 나온다. 시각적 효과가 큰 영화는 더욱 그렇다. 슈퍼맨, 배트맨, 어벤져스 등 영웅도 다양하다. 오랫동안 이어져온 히어로물의 홍수에 관객은 질릴 법도 하다. 하지만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이 이어진다. 대중은 왜 영웅에 이토록 열광할까. 상상력과 집단 무의식이 극적으로 발현되면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스토리노믹스’의 결정판이기 때문이다.

영웅은 허구의 힘으로 탄생한다.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는 《사피엔스》에서 “8?사피엔스(생각하는 사람)는 허구를 말할 수 있는 독특한 능력을 갖췄다”며 “허구 덕분에 우리는 단순한 상상을 넘어 집단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됐고 공통의 신화들을 짜냈다”고 말한다.

영웅 스토리의 원형이 신화인 것은 이런 까닭이다. 오디세우스 등 신화 속 영웅들은 모험을 통해 스스로 고난을 극복하고 초자연적인 힘을 얻는다.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은 “일정한 서사구조를 갖춘 영웅들의 모습엔 어려움을 이겨내고 고귀한 존재가 되길 바라는 인간의 집단 무의식이 담겨 있다”고 분석한다.

영웅신화는 과거 만화, 소설 등에 자주 등장했다. 슈퍼히어로 영화를 제작하는 양대산맥인 마블과 DC도 처음엔 만화 출판사였다. 이후 컴퓨터그래픽이 발달하면서 영웅들은 점차 극장에 서게 됐다. DC는 슈퍼맨, 배트맨 등 진지하고 철학적인 영웅을 만들어 이 시장을 선점했다. 마블은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등 친근하면서도 스타로서 면모까지 보여주는 영웅들로 맞섰다.

이들의 이야기가 스토리노믹스의 결정판으로 발전한 것은 무한한 확장이 이뤄지면서부터다. 2012년 마블이 선보인 ‘어벤져스’가 시작이다. 각각의 영화 속에 존재하던 아이언맨, 헐크 등의 캐릭터를 결합, 막강한 ‘드림팀’을 만들어냈다. 영웅들의 갈등과 협력을 통해 색다른 이야기를 재창조한 것이다. 이번 캡틴 아메리카에도 12명에 달하는 영웅이 나온다. DC도 뒤늦게 올초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을 선보이며 마블을 쫓고 있다.

나아가 사회적 고민까지 담으며 더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캡틴 아메리카에선 ‘히어로 등록제’를 두고 영웅들이 격하게 대립한다. 통제와 자유라는 거대 담론 앞에서 관객들은 영웅들의 활약을 보는 동시에 사회적 고민을 함께 한다.

이 같은 할리우드 영웅 이야기는 초강대국을 꿈꾸는 미국의 가치관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내는 스토리산업의 중심이 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다양한 콘텐츠 개발에 나서야 한다. 마블의 사장 겸 제작자인 케빈 파이기의 말에 귀기울여 보자. 그는 성공 비결을 약자 ‘STORY’로 표현한다. “콘텐츠를 섞고(scramble), 알맞게 변형하라(transform). 유명 배우에 집착하기보다 캐릭터에 집중하고(override), 현실에 있을 법한 결점 있는 캐릭터를 만들며(reality), 제작자 자신의 경험을 믿어라(yourself).”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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