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어디서 버느냐보다 어떤 방법으로 버느냐가 더 중요"

입력 2016-05-04 17:18
최태원 SK회장 이란 현지 인터뷰

대담=정규재 주필

"사회공헌·일자리 창출이 기업의 사회적 역할"
"동북3성 생산물품 한반도 통해 수출하는
물류길 터줘야 중국도 통일에 반대 안할 것"
"이란, 달러 결제 안되는 등 아직 장애물 많아"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1~3일 이란 국빈방문에 동행한 기업인은 236명으로 사상 최대 경제사절단이었다. 이들 중 단연 눈에 띈 사람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다. 동행 기업인 중 재계 순위가 가장 높은 그룹의 오너인 데다 SK텔레콤 SK에너지 등 5개 주력 계열사 사장단과 동행했다.

‘한경 이란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같은 기간 테헤란을 찾은 한국경제신문 정규재 주필과 차병석 산업부장이 3일 오전(현지시간) 최 회장을 우연히 만났다. 그가 머물던 에스피나스팔래스호텔 3층 뷔페식당에서다. 최 회장은 일반 투숙객과 섞여 식당 홀 한쪽 테이블에서 김윤욱 비서실장과 단둘이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란식 난(얇게 구운 빵)과 커피를 마시면서도 연신 보고자료를 훑어보고 있는 최 회장에게 다가가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눴다.

처음엔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말문이 열리자 다양한 이슈에 대해 자신의 뚜렷한 생각을 조리 있게 분명히 밝혔다. 기념촬영 요청에도 흔쾌히 응했다.

▷이란 방문 기간 중 SK그룹이 많은 성과를 올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란 측과 양해각서(MOU)를 여러 개 맺었습니다. SK네트웍스가 이란 국영 자동차회사인 사이파와 손잡고 이란에서 리스, 할부금융 등 자동차 금융 서비스를 하기로 했습니다. 또 SK텔레콤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토대로 최대 4조원대로 추산되는 이란 가스 원격 검침시장에 진출하기로 했습니다.”

▷이란에 석유화학공장 등을 지을 계획은 없습니까. 이란 정부는 원유를 수입해 가공한 뒤 석유화학제품으로 되파는 SK가 이란에 석유화학 투자를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던데요.

“지금까지는 이란에 석유화학 공장을 짓고 싶어도 못 했습니다. 서방의 경제제재 때문에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근데 이제 막 경제제재가 풀렸으니까, 이란 정부가 그런 희망을 내비치는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 검토해봐야죠.”

▷이란에 본격 투자하기엔 아직 불확실성이 크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문제가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풀린 제재는 세컨더리 보이콧(미국 이외 다른 나라의 제재)이고 미국의 프라이머리 보이콧(직접적 제재: 미국 기업에 대한 제재)은 유지되고 있잖아요. 이 때문에 거래에서 달러 결제가 안 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했다가 서방의 경제제재가 다시 강화되면(스냅 백) 큰 낭패를 보지 않겠습니까. 우린 그런 경험을 이미 하기도 했고요.”

▷그렇지만 이란은 기업들엔 ‘블루오션’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물론입니다. 이란은 잠재력이 큰 나라예요. 하지만 그런 나라에 투자하는 데는 아직 장애물이 많이 남아 있다는 얘기를 하는 겁니다. 장애물은 남아 있는 제재, 기술력 부족, 정치적 불안정성 등이 아닌가 싶습니다.”

▷풍부한 자원도 한국 기업들에는 매력적인 투자 요소가 아닐까요.

“맞습니다. 원유 매장량이 세계 4위, 가스 매장량은 세계 1위입니다. 세계가 30년 동안 펑펑 쓸 정도의 가스를 보유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많은 가스를 채굴하고 가공할 방법을 아직 못 찾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란 정부가 그 가스를 화학제품 등으로 가공할 수 있는 투자를 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그 나라에 잠재력이 있는 것과 돈이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느냐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SK는 다른 어떤 한국 기업보다도 이란에서 많은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란에서 새로운 투자 유망분야가 있다면 어디입니까.

“글쎄요. 아직은 새로운 투자분야를 찾을 수 있을 만큼 시장이 성숙해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희도 열심히 찾고는 있습니다.(웃음)”

▷한국 기업들은 요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데 열심입니다. SK가 공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민영화에 참여해 항공기 제작사업에 진출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처음 듣는 얘긴데요.(웃음) 글轅? SK에는 많은 계열사가 있으니까 누군가 그런 검토를 했을 수도 있겠죠. 그러나 저는 그런 검토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SK하이닉스는 SK가 인수한 뒤 성과가 좋습니다. 더 도약하기 위해 다른 반도체 회사를 인수합병(M&A)하는 건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까.

“M&A요? 2등과 3등이 합친다고 1등이 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연구개발(R&D) 등에서 1등(삼성전자)과의 격차가 아직 큽니다. 우리가 더 노력해야죠.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론 어떤 분야를 생각하고 있습니까.

“요즘 같은 저성장 시대에 기업들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고민이 큰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기업이 어디서 돈을 버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버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말하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저는 요즘 사회문제 해결에 기업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크게 두 가지 아니겠습니까. 첫 번째는 기업이 사회공헌사업을 열심히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 회장께서는 2014년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란 책을 출간했을 정도로 사회공헌에 관심도 많고, 열심히 하지 않았습니까.

“SK의 사회공헌활동 등이 얼마나 사회에 도움이 됐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사회적 기대치와는 격차가 있을 겁니다. 그 간극을 어떻게 하면 더 좁힐 수 있을지 궁리하고 있습니다.”

▷불확피?미래에 대한 대비는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미래를 위한 포석, 예를 들자면 통일시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 등을 집중 검토하고 있습니다. 남북통일이 되면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지 않겠습니까.”

▷통일 대비는 개별 기업이 하기엔 어려운 문제 아닐까요.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많을 텐데요.

“물론입니다. 하지만 통일이 된다는 건 단순히 남북한이 통합된다는 의미만 있는 게 아닙니다. 통일한국의 국경이 중국과 직접 맞닿는 의미도 크죠. 그 경우 중국의 동북3성(지린성·랴오닝성·헤이룽장성)과 통일한국이 어떤 관계를 맺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군사·안보적 측면도 있지만 경제적으로 통일한국이 동북3성에 도움이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동북3성에서 생산한 물품을 한반도를 통해 수출할 수 있도록 물류를 터주는 것 같은 인센티브가 있어야 중국도 남북한 통일에 반대하지 않겠죠.”

▷그런 그림을 SK그룹 차원에서도 그리고 있습니까.

“저희는 10여년 전부터 통일시대에 대비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룹 산하 비영리 공익재단인 한국고등교육재단이 중국 베이징대 칭화대 등에 아시아연구센터를 설립한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입니다. 2004년부터 시작한 베이징포럼 등 세계적 수준의 국제학술포럼을 창설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통일시대에도 대비해야 하고, 정부 규제도 많고, 한국에서 기업하기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좋은 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영하느라 바쁠 텐데 건강관리는 어떻게 합니까.

“운동은 주로 테니스를 합니다. 그걸 하기 위해 근력운동도 하고 달리기도 합니다.”

테헤란=차병석 산업부장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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