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레몬시장의 반란 '헤이딜러'의 허와 실

입력 2016-05-01 17:36
중고차업계는 변화의 흐름 수용
온라인업계는 기존 업계와 상생
정부는 업계간 대화 끌어내야

이용재 < 중앙대 교수 도시공학과 >


미국의 기준금리 정책에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의 남편이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조지 애컬로프(George Akerlof) UC버클리 교수라는 사실은 덜 알려진 것 같다.

애컬로프 교수는 1970년에 발표한 논문 ‘레몬의 시장:품질의 불확실성과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시장 왜곡을 분석했다. 그는 중고차시장을 예로 들면서 차량 품질에 대한 정보를 차량을 팔려는 사람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저품질의 재화나 서비스가 거래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유형의 시장을 겉은 예쁘지만 속은 신 레몬에 빗대어 ‘레몬시장’이라고 불렀다.

지난해 1월 젊은 대학생들이 주축이 된 ‘헤이딜러’가 틈새시장에 뛰어들면서 중고차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에 차량 소유주가 차량 정보를 올리면 다수 중고차 딜러의 견적가격 제시를 통해 거래가 성사되?방식이다. 그러나 헤이딜러가 갑자기 영업을 중단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됐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자금지원까지 받았던 서비스가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불법으로 간주돼 더 이상 영업을 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서는 시장 흐름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고 인정하고, 온·오프라인 중고차시장의 상생발전을 위해 제도보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의 이런 노력에 점수를 주고 싶지만 제도보완이 원활하게 이뤄질 것인가 낙관하기는 아직 이른 것 같다. 간단해 보이던 문제가 왜 이렇게 복잡하게 됐는지, 앞으로 비슷한 사안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몇 가지 짚고 갈 필요가 있다.

헤이딜러의 서비스는 전통적 방식의 경매로 보기 어렵다. 경매보다는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가격 비교견적 서비스에 가깝다. 헤이딜러가 언론을 통해 영업중단을 선언하기보다는 해당 서비스가 경매인지, 처벌 대상인지에 대한 해석을 미리 정부에 요청했다면 문제가 훨씬 쉽게 풀렸을 가능성도 있다.

온라인 업체에 대한 정부의 자금지원도 더 신중했어야 했다. 관련 부처의 의견을 듣고 결정했더라면 부처 간 엇박자와 업계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실타래를 풀기 위한 해법은 무엇인가. 먼저 기존 중고차업계는 온라인으로 변화하는 흐름과 소비자 요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업계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이를 어떻게 업계 발전의 계기로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런 고민 없이 업계 생존권을 보호해 주기만 바라는 것은 공감을 얻기 힘들다.

헤이딜러 등 온라인 업체는 기존 중고차업계의 河?없이는 서비스를 지속하기가 어려우므로 기존 업계와의 상생방안 마련에 힘써야 한다. 특히 현시점에서 적극적 마케팅을 펼치는 것은 대화 상대방인 매매업계를 무시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음을 주지하고,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 국토부는 양 업계를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여 지속적인 제도보완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레몬시장의 반란이 중고차시장에서 상생의 시작이 되고 청년창업에 희망과 용기를 주길 바란다.

이용재 < 중앙대 교수 도시공학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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