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차로 완성된다…CEO의 품격

입력 2016-04-26 20:43
경영철학 담긴 'CEO의 車'

정몽구 회장 '제네시스 EQ900'
이재용 부회장 '체어맨 V8 5000'
구본무·김승연 회장 '롤스로이스 팬텀'
신동빈·허창수 회장은 '벤츠 S클래스'


[ 김순신 기자 ]
기업의 얼굴인 최고경영자(CEO)들은 자동차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 사업 현장을 누비다 보면 사무실에 머물기보다는 방문해야 할 현장이 많기 때문이다. CEO들의 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서 자신을 나타내는 표현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적토마가 촉나라의 명장 관우를 상징한다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제네시스 EQ900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뽐내고 있다.

CEO의 달리는 집무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젊은 부회장’이라는 이미지를 감안해 지난해 8월부터 평소에는 국산차인 체어맨 V8 5000 시리즈를 탄다. 개인적 용무에는 BMW의 전기차 i8과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6를 주로 이용한다. 체어맨은 삼성 내에서도 전무급이 타는 차다. 삼성그룹은 최근 화학 계열사를 매각하고 주요 계열사마다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繹炷珝㉮?나서고 있다. 전용기와 유휴 부동산 등을 매각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이 부회장은 차의 급을 낮추면서 경비절감의 필요성과 실용주의 경영노선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레인지 로버를 애용한다. 색깔은 하얀색이다. 조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으며 이 차를 구입했다. 조 회장은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은 데 이어 조직위원장까지 겸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홍보하는 데 험한 지형을 거침없이 달리는 SUV가 적절한 선택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최고급 수입 세단을 선호하는 오너들도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최근 차를 마이바흐에서 롤스로이스 팬텀으로 바꿨다. 차값만 6억원이 넘는 최고급 럭셔리 세단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도 팬텀을 보유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GS 회장은 2억원대의 벤츠 S클래스를 갖고 있다. 구본준 (주)LG 부회장은 BMW 7 시리즈를 애용하고 있다.

CEO 차량 시장에 부는 제네시스 열풍

에쿠스가 일색이던 국내 CEO들의 업무용 차량 시장에 지난해 말 변화의 바람이 불어왔다. 현대차가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출범시킨 것이다. 제네시스 판매량은 올해 1분기(1~3월) 1만6477대를 기록하며 작년(9205대)보다 79% 늘어났다. 현대차 관계자는 “EQ900 판매 가운데 70%가량이 법인 대상”이窄?“지난해 말 선보인 EQ900의 높은 성능이 기업 최고위층에게 인정받으면서 주문이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지난 11일 서울 장충동 호텔신라에서 열린 주주총회에 EQ900을 타고 왔다. 업무용 차량을 에쿠스에서 EQ900으로 바꾼 것이다. 삼성그룹 사장단 역시 올 들어 법인차를 EQ900으로 바꿨다. EQ900 교체 바람에 올라탄 것은 삼성뿐이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SK와 LG, 롯데, GS그룹도 EQ900으로 업무용 차량을 바꿨다.

대다수 현대차 CEO는 법인차로 여전히 에쿠스를 쓰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EQ900의 주문이 밀려 있는 상황이어서 사장단 차량 교체는 시간을 두고 진행하기로 했다”며 “차를 기다리는 소비자에게 빨리 차를 전달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에선 특별한 경우에만 EQ900을 쓰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 1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장녀 정성이 이노션 고문의 아들 선동욱 씨의 결혼식에 EQ900을 타고 등장했다. 김용환 현대차그룹 부회장 역시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현대차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 건립 계획안 발표 때 EQ900을 타고 와 눈길을 끌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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