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투자 벌써 2천억…2배↑
한국콜마·만도 등 11곳
예금 탈피 공격적 자금운용
연기금 중심 PEF 판도 변화
자금 있는 기업이 LP로 참여
기업돈 모은 PB들 큰손 부상
[ 김우섭/김태호 기자 ]
▶마켓인사이트 4월20일 오후 3시40분
연기금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사모펀드(PEF) 시장에 기업 자금이 밀려들고 있다. 저성장·저금리 기조와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 속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업들이 PEF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추후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노하우를 쌓고 산업계 흐름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강민균 JKL파트너스 부대표)”이라는 설명이다.
◆M&A 노하우 축적에 관심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콜마홀딩스와 자회사인 콜마비앤에이치는 지난 14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조성한 ‘미래에셋파트너스 9호 사모투자합자회사 펀드’에 400억원을 출자했다. 두 회사 사내유보금(지난해 말 기준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 2997억원의 13.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미래에셋파트너스 9호는 글로벌 기업 M&A를 위해 다음달 조성되는 5000억원 규모의 펀드다.
펀드출자자(LP)로 참여한 한국콜마홀딩스와 콜마비앤에이치는 별도의 경영권 지분을 갖지 않지만 펀드 출자자로서 피합병 기업의 정보나 인수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다. 한국콜마홀딩스는 M&A를 위한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최근 구성했다. 한국콜마홀딩스 관계자는 “다양한 M&A 노하우를 배우고 실제 협상 과정에 참여한다는 조건으로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 들어 PEF나 벤처펀드에 회사 여유자금을 투자한 기업은 11곳으로 전년 수준(6건)을 이미 넘어섰다. 투자 자금은 전년(888억원)의 두 배를 넘어 2107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소리바다(110억원), SH홀딩스(120억원) 등 중소·벤처기업도 과감히 투자에 나서고 있다. 자기자본의 5% 이상을 투자했을 때만 외부에 알리는 국내 공시 규정을 감안하면 실제 투자 금액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은행 예금 위주이던 기업들의 자금 운용 방식이 바뀌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성장 돌파구를 찾기 위해 그동안 은행 정기예금이나 특정금전신탁(MMT:money market trust), 환매조건부채권(RP) 등에 묻어둔 여유자금 일부를 헐어 모험자본 시장에 투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사들도 잇따라 펀드 조성
금융회사의 프라이빗뱅커(PB)들이 직접 자금을 모아 PEF에 LP로 참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IMM인베스트먼트는 국내 최초로 하나금융투자 청담금융센터를 통해 기업 및 개인 자산가의 자금을 모으는 블라인드 펀드(투자 목적이 정해지지 않은 사모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당초 250억원을 목표로 했지만 자금 모집 2주 만에 350억원의 자금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많다. 중소기업 투자금이 100억원 정도 몰렸다. 전병국 하나금융투자 청담금융센터장은 “물가상승률과 세금을 뺀 실질금리가 사실상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연 5~6% 이상의 배당·시세 차익을 보기 위해 PEF나 벤처 지분 투자에 관심을 갖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도 PB들을 통해 PEF 조성에 나서고 있다.
오피스 빌딩 등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도 기업 자금 운용 담당자에게 인기가 많다. 교보생명보험 자회사인 교보리얼코는 2월29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 조성한 부동산펀드에 자금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50억원을 출자했다고 공시했다.
취업 포털 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람인에이치알도 키움자산운용의 ‘키움코어랜드 사모부동산펀드’에 300억원을 투자했다.
신사업 발굴을 위해 투자 조합을 결성하거나 벤처펀드 투자에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달 벤처캐피털 KTB네트워크의 ‘디지털콘텐츠코리아 펀드’에 25억원을 출자한 덱스터의 이순규 부사장은 “시각특수효과(VFX) 시장 참여 기업을 늘리는 등 시장 조성 작업 차원에서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 璨】볶遠?사모펀드’에 383억원을 출자한 만도 역시 협력사 육성과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 펀드투자자(LP)
limited partner.사모펀드(PEF)에 자금을 위탁하는 투자자를 말한다. 투자한 금액만큼 책임을 진다고 해서 유한책임사원이라고도 부른다. MBK파트너스 등 사모펀드 운용사가 투자 펀드를 조성할 때 해당 펀드에 자금을 출자하는 연기금, 공제회, 금융기관이 주요 LP다.
김우섭/김태호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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