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석유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유국들이 산유량 동결 합의가 무산됐다. 최근 반등세를 보였던 국제유가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주요 산유국들은 산유량 동결 논의를 위해 회동했지만 합의에는 실패했다. 이에 따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 가격은 아시아 시장에서 6% 이상 급락했다.
이번 합의 무산은 표면적으론 이란 때문이다. 이란은 서방의 제재로 산유량이 제재 이전(하루 420만 배럴)의 절반가량으로 급감했으므로 이를 정상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해왔다. 지난 1월 이란에 대한 제재 해제로 이란의 산유량은 하루 330만 배럴로 늘어났으며 내년 3월까지 400만 배럴로 늘릴 계획이다.
이란은 애초 OPEC 주재 대표를 보내려고 했으나 회의 전날 저녁에 참석을 취소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카타르 당국자들이 '동결 합의에 서명할 국가만 참석하라'고 이란에 통보한 것이 불참으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이란의 불참 배경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기싸움도 작용했다. 회의 직전까지 사우디는 이란의 동참 없이 사우디도 동참하지 않겠다고 주장해왔다. 경쟁국 이란에 시장 점유율을 뺏길 수 없다는 이유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석유 장관은 "사우디의 요구는 비합리적"이라면서 "모두 산유량 동결에 동의할 것으로 생각하고 회의에 참석했는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국제유가는 산유량 동결 무산에 따라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는 6% 이상 폭락했다.
한국시간으로 18일 오전 10시40분 현재 WTI 가격은 전장보다 5.35% 떨어진 38.20달러를, 브렌트유는 4.87% 하락한 41달러를 나타냈다.
한때 WTI는 6% 이상 폭락하며 37달러대까지 밀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될 것으로 전망했다. 합의 불발 가능성이 예견된 데다 이미 미국의 생산량이 줄고 있으며, 국제유가가 극도로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지난주 미국의 3월 석유 생산이 2월보다 하루 9만 배럴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또 올해 미국 석유생산량 전망치를 하루 860만 배럴로, 내년 전망치는 하루 800만 배럴로 낮췄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올해 4분기 말 전문가들의 WTI 예상 중간값은 배럴당 46달러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46.5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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