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사람이 답이다

입력 2016-04-11 17:47
조용병 < 신한은행장 0318cyb@shinhan.com >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은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사람들은 공상과학 영화에만 있는 줄 알았던 인공지능(AI)이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왔음을 깨닫게 됐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고, 심지어 지배하는 불안한 미래를 상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심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따져보면 사람과 기계의 대결이라기보다 ‘사람(이 9단)’과 ‘사람들(알파고를 개발한 프로그래머들)’ 간 대국이 맞지 않나 싶다. 디지털 기술이 삶을 크게 변화시키겠지만 이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건 사람이다. 최종 지향점도 결국 사람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미래 산업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사람에 더욱 집중하는 이유다.

한국 기업의 인재경영 현주소는 어떤가. 지식기반 사회가 도래하면서 많은 기업이 ‘인재 중심’을 핵심 아젠다로 내세운다. 하지만 매출 성장과 이익 증대에 집중하다 보면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쉽다. 게다가 인재에 대한 투자는 단기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고, 비용 대비 효과도 수치화하기 어렵다. 요즘 같은 저성장기엔 ‘비용 절감’이란 구호 아래 묻히기 쉽다.

인재경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려면 리더의 의지와 역할이 중요하다. 현재 사업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조직의 미래를 책임질 사람을 키우는 것이 리더의 핵심 역할 중 하나다.

어떤 직원을 어떻게 성장시켜야 할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을 둬야 한다. 한정된 자원으로 모든 직원을 성장시킬 순 없지만 최소한 기회는 공정하게 부여하고 교육 기준도 명확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조직의 핵심가치가 인재 성장에도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신한은행은 ‘주인정신과 고객중심’이란 핵심가치 아래 영업현장에서 묵묵히 땀 흘리는 인재를 우대한다. 현장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핵심으로 성장하는 문화가 오래전부터 형성돼 있다. 교육 방식도 현장 문제를 능동적으로 해결하는 창의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인간이 알파고에 한 판이라도 이길 확률은 수학적으로 2%에 불과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9단은 가장 인간다운 한 수로 승리를 이끌어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생각과 행동 패턴을 학습하면 할수록, 명확하게 내놓을 수 있는 결론은 하나가 아닐까 싶다. ‘결국 사람이 답’이란 것이다.

조용병 < 신한은행장 0318cyb@shinhan.com >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