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정책 제안해 모금하면 정부가 지원
수요자 요구 반영…정책 체감·실효성 높여
[ 이승우 기자 ]
2012년 영국 남웨일스의 소도시 글린코치 시민들은 지역 경제발전을 위해 기존 탄광설비와 도시 내 노후화된 건물을 재개발하기로 했다.
이 사업의 핵심은 노후화된 지역공동체센터의 재건축이었다. 석탄 생산이 주 산업이던 1977년 세워진 이 건물을 정보기술(IT) 시설과 직업훈련 강의실을 갖춘 시민자치센터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문제는 돈이었다. 영국 정부가 79만파운드(약 12억9000만원)를 지원했지만 이 금액만으로 건물을 완공하기에는 부족했던 것.
글린코치 시민들은 스페이스하이브라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업체와 손잡고 문제를 해결했다. 자신들의 상황과 취지 등을 소셜미디어로 알려 모금을 받은 것이다. 전국 각지의 시민들로부터 후원금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4만3000파운드(약 7000만원)를 모금해 2013년 시민자치센터를 완공할 수 있었다.
○정책 제안자·정부 ‘자금 매칭’
이 사례는 사회기반시설 및 지역 경제와 관련된 문제는 정부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린 사례로 일컬어진다. 스페이스하 遣遠?설립자 크리스 걸리는 “시정(市政) 크라우드 펀딩은 시민 스스로 그들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민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스페이스하이브 외에도 시민의 정책적 참여를 제공하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으로는 영국의 임비(YIMBY), 미국의 아이오비(IOBY), 네이버리(neighbor.ly) 등이 있다.
한국 정부도 이처럼 시민들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모금할 수 있는 정책 크라우드 펀딩 제도의 도입을 검토 중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한국재정학회로부터 ‘경제정책 방향 등 정책의 입안·집행·홍보 체계 개선 방안’ 용역 보고서를 제출받아 이를 바탕으로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다. 지난해 정부 정책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발주한 보고서다.
보고서는 정책 크라우드 펀딩을 도입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먼저 정부가 정책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직접 만들거나 민간 플랫폼업체와 손을 잡는다. 국민이나 시민단체는 이 플랫폼을 통해 정책을 제안한다. 이후 개인들로부터 목표 금액 이상의 자금을 모으면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고 필요하면 재정도 지원하는 식이다.
○소규모 지역사업 활기 띨 듯
정책 크라우드 펀딩의 도입을 검토하는 이유는 정책 생산 단계에서부터 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서다. 정책 체감도가 높아져 실효성도 향상될 것이란 게 기재부 기대다. 정책 홍보를 강화해 국민 관심도를 높이자는 취지도 있다.
이 방식은 산업, 금융,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등 거시적 차원의 경제정책보다는 지역 사회와 관련된 소규모 사업에서 활용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영국에서 스페이스하이브를 통해 진행된 사업을 보면 시민자치센터 건립이나 고가 횡단도로 건립 등과 관련한 것도 있지만 동네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놀이기구를 확보하거나 지역 축제 자금을 마련하는 등 지역 사회와 밀접한 다방면의 사업을 하고 있다.
■ 크라우드 펀딩
‘군중’을 뜻하는 크라우드(crowd)와 재원 마련을 뜻하는 펀딩(funding)을 합한 단어. 일반적으로 자금이 없는 벤처사업가나 예술가, 사회활동가 등이 자신의 아이디어 등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다수로부터 투자받을 때 활용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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