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중국 타이어와 가격경쟁 대신 미·유럽 집중공략…시장 다변화 성공

입력 2016-04-07 17:25
수정 2016-04-15 13:23
한국타이어 강점 분석

임은영 < 삼성증권 연구원 esther.yim@samsung.com >



신흥시장 점유율 하락, 중국 시장 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자동차산업 중 타이어업체만큼은 나름의 생존법을 통해 살아남고 있다. 독자 판매망이 아닌 대형 딜러를 통한 판매로 변화에 빠르게 대응했다는 점이 생존 포인트다. 그중에서도 한국타이어는 가장 적극적으로 시장을 다변화하며 위기를 벗어난 회사다.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중장기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전략도 준수하다는 평가다.

시장 다변화 전략으로 생존법 찾아

한국타이어는 2012년까지만 해도 중국 타이어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등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중국 저가 타이어업체들이 가격 경쟁을 시작하면서 시장점유율을 잠식당했다. 뜻하지 않은 위기를 맞은 것이다.

당시 한국타이어는 중국 업체와 가격 경쟁을 하기보다 미국과 유럽 시장 공략에 집중했다.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곳에 투자하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 결과 한국타이어의 지난해 미국과 유럽 매출 비중은 55%로 3년 전에 비해 15%포인트 상승했다. 한국타이어의 유연한 시장 다변화 전략을 엿볼 수 있는 사례다.

한국타이어의 성공적인 시장 다변화 전략은 올해 실적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선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경기 회복에 따른 타이어 수요 증가와 자동차 주행거리 증가에 대한 수혜를 받게 될 전망이다. 저유가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트럭 수요가 확대되면서 고인치 위주의 타이어 판매가 늘어난 것도 실적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미국에서 지난해 8월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중국산 타이어에 반덤핑관세를 부과하는 것도 한국타이어에 호재다. 시기적절하게 한국타이어는 올해 10월부터 미국 테네시 공장을 가동한다. 지난해 4% 정도였던 미국시장 점유율이 높아질 것이 유력하다.

한국타이어는 유럽에서도 시장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헝가리 공장 가동 이후 브랜드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시장 점유율이 증가했고, 독일과 영국에서는 시장점유율 1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M&A로 중장기 경쟁력 강화

중장기적 관점에서 한국타이어는 M&A를 통한 사업구조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타이어 부문에서 4~5%대의 안정적인 매출 증가를 추구하는 한편 M&A를 통해 비타이어 부문을 육성할 계획이다.

한국타이어의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 업체의 변화 때문이다. 최근 중국 업체들은 저가 타이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M&A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중국 합성고무제조회사인 캠차이나가 글로벌 6위 이탈리아 타이어업체인 피렐리를 인수하기도 했다. 타이어사업만 유지하기에는 중국 타이어업체의 도전이 거세다는 분석이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초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와 공동으로 글로벌 자동차용 공조시스템 회사인 한온시스템을 인수했다. 한온시스템에 대한 지분율은 한앤컴퍼니가 50.5%, 한국타이어가 19.5%로 최대주주인 한앤컴퍼니가 운영을 맡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우선 매수 인수권, 동반매각 참여권을 가지고 있어 3~4년 뒤 한온시스템에 대한 추가 지분 인수가 예상된다. 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의 추가 지분을 확보해 대주주가 되면 한국타이어의 매출 구조는 타이어사업 50%, 공조사업 50%로 구성된 글로벌 회사가 될 전망이다.

이런 사업 구조는 독일의 콘티넨탈과 비슷하다. 콘티넨탈은 글로벌 4위 타이어업체인 동시에 글로벌 3위 부품사다. 콘티넨탈은 1871년 타이어업체로 출발했지만 1998년 이후 16건의 M&A를 통해 글로벌 전장부품사로 성장했다. 지난해 타이어 매출 비중은 30%로 감소한 반면 비(非)타이어 매출 비중은 높아졌다.

콘티넨탈의 매출 다변화 전략은 시장에서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타이어업체 1위인 브리지스톤은 콘티넨탈과 비슷한 매출 규모(40조원)에 영업이익률도 앞서지만 주식시장은 콘티넨탈에 훨씬 우호적이다. 콘티넨탈은 자동차 전장화로 전장부품 수요 확대에 대한 수혜가 예상되는 반면, 브리지스톤은 저가 업체의 공세로 성장세 둔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임은영 < 삼성증권 연구원 esther.yim@samsu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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