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0조 미국시장 뚫은 셀트리온] 10년간 '비주류' 편견과 싸운 서정진, 미국 복제약 시장 빗장 열다

입력 2016-04-06 18:10
수정 2016-04-07 08:47
셀트리온, 램시마 미국 FDA 허가…올 3분기 판매

의약 허가장벽 높은 미국시장 최초로 뚫은 항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서 해외임상까지 성공한 국내 최초 미국 진출 바이오기업
향후 2년간 후발주자 없이 '선점'

5년내 오리지널 50% 대체 전망…내년 '1조 수출 의약품' 기대


[ 김형호 기자 ]
셀트리온 램시마의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은 규제가 까다로우면서도 가장 규모가 큰 미국 시장의 빗장을 처음으로 열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뚝심이 10년만에 세계적으로 빛을 발한 것이다. 바이오시밀러(항체의약품 복제약)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하던 2006년 서 회장은 류머티즘 관절염을 치료하는 항체의약품 레미케이드의 복제약 개발에 도전했다. ‘비전문가’ ‘비주류’라는 냉대와 편견 속에서도 서 회장은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밀어붙였다. 서 회장은 최근 사석에서 기자와 만나 “이전까지 거의 사기꾼 취급을 받으며 끊임없이 루머와 주식 공매도에 시달렸다”며 “오죽했으면 2013년 4월 기자회견까지 열어가며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겠느냐”고 털어놨다.

바이오시밀러로 유럽 이어 미국 진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개발에서부터 해외 임상까지 끝내고 FDA 승인을 받은 것은 셀트리온이 처음이다. 지난해 8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대박’을 터뜨린 한미약품도 엄청난 비용과 위험 탓에 미국 3상 임상시험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램시마 개발에만 4000억원가량을 쏟아붓는 ‘도박’을 벌인 끝에 자체 완제품으로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산업적으로 의미가 크다.

미국은 세계 항체의약품 시장의 50%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이다. 램시마의 오리지널인 레미케이드도 지난해 전체 매출의 절반인 5조4400억원을 미국에서 올렸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가운데 1호로 미국에 상륙함에 따라 최소 2년간 ‘퍼스트 무버’의 이점을 누릴 것이란 전망이다. FDA 허가에서 승인까지는 최소 18개월이 걸리는데 아직까지 셀트리온 램시마처럼 레미케이드를 대체할 바이오시밀러를 신청한 곳이 없다.

미국 정부의 우호적인 바이오시밀러 정책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FDA는 램시마의 치료 효과 중 이례적으로 류머티즘관절염 외에 강직성 척추염, 건선, 건선성 관절염, 성인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등의 적응증을 폭넓게 허용했다. 원조 바이오의약품 개발사인 존슨앤드존슨이 “임상시험 자료가 부족하다”며 반발했지만 일축했다. 그만큼 바이오시밀러 보급에 적극적이라는 얘기다. 환자 1명당 연간 치료비가 평균 1000만원인 항체의약품보다 30~40%가량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사보험 위주인 미국은 복제약이 출시되면 1년 내 오리지널 대체율이 80%에 달하는 것도 셀트리온엔 기회다. 미국 판매는 북미 판권을 갖고 있는 세계 2위 제약기업 화이자가 맡는다. 미국 투자기관인 모닝스타는 미국에서 바이오시밀러가 2020년까지 오리지널 항체의약품의 50%가량을 대체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매출 1조원 의약품 시대 연다”

램시마 유럽 판매를 계기로 바이오시밀러를 바라보는 시장의 인식도 바뀌었다. “오리지널을 사용하는 의사들이 바이오시밀러로 전환하는 것을 주저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였지만, 지난해 램시마의 유럽 성적표를 받아본 전문가들은 “바이오시밀러 시장 침투율이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며 놀라워했다. 램시마는 지난해 3월부터 영국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 판매를 시작해 첫해 시장점유율을 20%까지 올렸다. 2014년 3월 233명이던 처방환자 수가 2015년 12월 5만7992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 여파로 유럽에서 오리지널을 판매하던 MSD는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MSD의 유럽 매출은 전년 대비 24.4%(5억7800만달러)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시밀러의 오리지널 대체율이 50%에 도달하는 기간을 당초 7~8년으로 예상했으나 유럽에서의 ‘램시마 효과’ 이후 3~4년으로 대폭 수정했다.

이에 힘입어 셀트리온의 수출도 급증하고 있다. 2014년 1억4000만달러에서 2015년에 4억1700만달러로 급증했다. 셀트리온은 미국 판매가 본격화하는 2017년에 1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김형기 사장은 “결코 이룰 수 없을 것 같던 국내 단일 의약품 1조원 수출이 내년에 가능할 것”이라며 “바이오시밀러가 자동차 반도체 등 제조업 뒤를 잇는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바이오시밀러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항체의약품과 효과가 비슷한 바이오의약품. 오리지널과 복제약이 같은 화학구조인 제네릭과 달리 항체의약품과 비슷한 단백질 구조로 동등한 약효를 보이기 때문에 바이오시밀러라고 한다. 오리지널에 비해 개발기간이 짧고 가격이 30~40%정도 싼 게 경쟁력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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