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면세점 담합 조사 파장
오락가락 정책에 흔들리던 면세점 또 악재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허용' 변수될지 주목
[ 황정수 / 정인설 기자 ] 정부의 ‘오락가락’ 면세점 정책으로 경쟁력 저하가 우려되는 국내 면세점업계에 또 하나의 ‘불똥’이 떨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 신라 SK(워커힐) 등 주요 면세점 8곳에 대해 가격 담합 혐의로 조사에 들어가서다. 혐의가 입증돼 담합으로 최종 결론나면 적지 않은 파장이 불가피하다. 당장 이르면 상반기에 있을 신규 서울 시내면세점 선정에도 커다란 변수가 될 수 있다.
면세점업계는 “공정위의 무리한 조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가 담합 여부를 무리하게 조사해 국내 면세점사업의 대외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등 면세점업계 전반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율 담합 논란 치열할 듯
공정위가 문제삼은 부분은 면세점업체가 판매한 한국산 제품이다. 면세점은 한국산 제품을 원화로 사서 달러로 판매하는데, 8개 면세점업체가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외환은행 고시환율 대신 임의의 환율을 적용하는 식으로 담합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 같은 환율 담합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에는 8개 면세점업체에 ‘원·달러 환율 담합’ 혐의를 적시한 심사보고서도 보냈다.
공정위가 면세점업체의 담합을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를 확보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공정위가 면세점 사업자들의 담합 내용이 적힌 문건을 입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면세점업계는 기준환율 담합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국산품 가격을 달러화로 표시할 때 업계에서 정한 기준환율을 적용했다”며 “이를 통해 이익을 얻으려 한 게 아니기 때문에 담합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고시환율을 적용하려면 매일 제품 가격표를 바꿔 달아야 하는데, 그 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업계 기준환율을 썼다는 것이다.
○대외신인도 하락 우려
면세점업계에선 공정위의 가격 담합 조사 자체가 의도와는 무관하게 국내 면세점업계 전체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등 국내 대형 면세점업체들은 해외 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세계적인 기업과 경쟁하며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 담합으로 보기 어려운 문제를 무리하게 조사해 국내 면세점업체들이 ‘부도덕한 기업’으로 낙인찍혀 대외신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담합으로 밀어붙일 경우 ‘과징금 폭탄’도 부담이 ? 담합으로 결론나면 매출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이 부과된다. 2008~2012년 8개 면세점업체는 수조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최대 수천억원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도 있다.
○전원회의 결과 속단 어려워
공정위는 오는 20일 전원회의를 열어 담합 여부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낸다. 담합 여부는 이달 말 발표 예정인 정부의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허용’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시장지배적사업자가 담합한 뒤 과징금을 부과받으면 면세점 입찰에 5년간 참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을 보면 시장지배적사업자는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인 단독업체나 합계 점유율이 75% 이상인 세 개 이상 업체를 뜻한다.
면세점업체들은 법무대리인 선임 등을 통해 공정위 전원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원회의에서 조사를 총괄한 공정위 심사관(기업거래정책국장)과 법무대리인 간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전원회의 결과를 속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 들어 담합으로 제재를 받은 업체와 공정위의 대법원 소송에서 공정위가 패소한 사례가 자주 발생하면서 1심 역할을 하는 전원회의가 ‘확실한 증거’를 심사관에 요구하고 있어서다.
황정수/정인설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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