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혼란 부추기는 ELS 판결

입력 2016-03-15 17:30
임도원 증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


[ 임도원 기자 ] “주가연계증권(ELS) 헤지거래와 관련해 불과 한 달 만에 완전히 상반된 판결이 나왔어요. 당황스럽습니다.”

한 증권사 파생상품거래 담당자는 지난 14일 ELS 관련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날 개인투자자 김모씨가 BNP파리바은행과 신영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김씨 측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달 KDB대우증권의 ELS 사건에서는 이와 상반된 판결을 내렸다. 대우증권이 투자자에게 중도상환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한 것.

두 사건은 ELS 운용사가 중도상환일 장 마감 직전에 ELS 기초자산인 특정 종목 주식을 대량 매도하는 방식으로 주가를 떨어뜨려 투자자가 중도상환을 받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증권업계는 대법원이 두 사건에서 서로 다른 잣대를 들이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대우증권 사건에서는 “ELS 중도상환 조건이 갖춰지면 대우증권이 상환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자와 이해관계가 상충된다”고 전제하고 이를 대우증권이 시세를 조종한 배경으로 판단했다. 반면 BNP파리바은행 사건에서는 “BNP파리바은행이 중도상환?방해하더라도 만기까지 남은 중도상환일에 더 많은 원리금을 지급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며 시세조종을 할 유인이 없다고 봤다.

시세조종 행위에 대한 위법성 판단에서도 증권업계는 의아해하고 있다. 대법원은 BNP파리바은행 사건에서 이 은행이 장 마감 직전 단일가매매시간에 대부분 매물을 시장가로 내놓은 점을 정당한 헤지거래 근거로 삼았다. 반면 대우증권은 ELS 기준가격보다 한 호가 정도 낮게 매도가를 냈기 때문에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시장가로 매도 물량을 내놓은 것은 주가를 더 떨어뜨리는 거래행위라고 보고 있다

물론 대우증권 사건은 상환금 소송이고 BNP파리바은행 사건은 투자자 측에서 보다 입증이 까다로운 손해배상 소송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기본적인 잣대는 같아야 한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이번 판결이 대법원의 전문성 부족으로 일어난 실수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임도원 증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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