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국민 정서 모르는 공무원노조

입력 2016-03-08 17:49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 강경민 기자 ] “사업 인허가를 받을 때 중요한 건 법과 조례가 아닙니다. 공무원의 재량 행위에 따라 인허가 여부나 소요 기간이 천차만별이에요.”(업계 관계자)

재량 행위는 말 그대로 공무원이 재량으로 행정사안을 결정하는 것을 뜻한다. 법과 조례에 근거해 공무원이 사안의 가부를 판가름하는 유권해석을 할 수 있는 권한이다. 재량 행위 자체는 문제 될 것이 없다.

하지만 재량 행위를 자의적으로 남발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소극행정, 이른바 복지부동으로 이어진다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법과 조례에 근거해 공무원이 충분히 인허가를 내줄 수 있음에도 감사나 민원을 의식해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는 복지부동은 경제활성화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규제다. 인사혁신처가 지난해 초 일반 국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5.2%가 공직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복지부동을 꼽았다.

인사처가 소극행정으로 국민에게 피해를 준 공무원을 공직에서 퇴출하는 내용을 담은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개정안을 지난 7일 입법예고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입법예고 직후 공무원노조 단체는 즉각 반발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공무원들이 적극적인 업무를 수행해 왔음에도 소극행정으로 퇴출까지 언급하는 건 전체 공무원을 안일하고 소극적인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소극행정의 기준도 없고, 어떻게 판단하겠다는 것인지 모호하다”고 주장했다.

일리 있는 얘기다. 소극행정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는 보완 작업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공무원노조의 설명처럼 현장에서 묵묵히 본인이 맡은 업무에 매진하고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애쓰는 공무원이 다수일 것이다. 이런 봉사하는 공무원들까지 싸잡아 복지부동으로 비난하는 건 옳지 않다. 이를 위해서라도 소극행정을 일삼는 일부 공무원은 반드시 가려내 엄벌하는 게 마땅하다.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공복(公僕)이다. 국민을 불편케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소극행정 처벌 방침에 반대하기에 앞서 왜 이런 처벌규정까지 등장하게 됐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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