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 상장사 1000억대 규모…해외 CB발행 성공으로 위장
주가 띄운 뒤 매매차익 올려
법원, 수백만원 벌금형…'솜방망이 처벌' 논란
[ 임도원 / 김인선 기자 ] ▶마켓인사이트 3월2일 오전 8시10분
해외 공모방식으로 가장해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수법으로 200억원대 이득을 챙긴 외국계 증권사 전 직원에게 수백만원의 벌금형이 내려졌다. 해외에서 성공적으로 CB가 발행된 것처럼 꾸며 주가를 띄운 뒤 되팔아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봤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단독(부장판사 장일혁)은 최근 옛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크레디트스위스(CS) 홍콩지사 직원 M씨에게 벌금 500만원, S씨에겐 300만원을 선고했다.
M씨 등은 코스닥 상장사들의 CB 발행을 주관하면서 해외 공모로 위장한 혐의를 받았다. 2005~2006년 넥서스투자, 이화전기공업 등 12개 코스닥 상장사가 발행한 총 1000억원대 규모 CB가 대상이었다.
이들은 재무상태가 악화된 기업에 “해외 투자자가 CB 투자를 하는 모양새를 만들어 주가를 띄워주겠다”고 제안했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CS 홍콩지사는 사전에 해당 기업들로부터 CB를 전량 인수하기로 약정한 뒤 해외 주식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청약일시나 방법 등을 누락한 채 CB 공모 공고를 냈다. 일반 투자자는 공고를 보고도 CB를 청약할 수 없었다.
넥서스투자 등은 CS 홍콩지사에 CB를 전량 사모방식으로 넘긴 뒤 해외 CB 공모 발행이 완료됐다고 공시했다. 해외에서 CB 발행이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 기업 주가는 급등했다. 이후 CS 홍콩지사는 사전에 빌린 주식과 CB를 전환해 받은 주식을 팔아 236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혐의 사실을 통보받은 검찰은 수사를 벌여 2011년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M씨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최대 징역 10년까지 선고받을 수 있는 사안이었다.
법원은 5년간의 재판 끝에 벌금형을 택했다. “이 사건과 관련한 해외 CB 발행 당시에는 공모방식 발행요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었고 주식시장에서 이 같은 방식의 공모 발행이 어느 정도 관행적으로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항소를 검토 중이다.
이번 판결이 확정돼도 M씨 등에게 벌금을 물릴 방법이 마땅치 않다. 외국인인 M씨 등은 재판 과정에서 한국 입국을 거부하고 법원에 출두하지 않은 데다 CS를 퇴사한 뒤 행방도 묘연하다.
검찰 관계자는 “CS 홍콩지사가 얻은 236억원을 모두 불법이득으로 볼 수 있을지가 불분명해 범죄 수익 환수가 어렵다”고 말했다.
■ 전환사채(CB)
convertible bond. 투자자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미리 정해진 가격에 발행회사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는 채권이다. 투자자는 채권 이자뿐만 아니라 발행회사 주가가 오르면 전환권을 행사해 시세차익까지 얻을 수 있다.
임도원/김인선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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