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영 기자 ]
오는 10일 기준금리의 조정을 결정할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한국은행이 고민에 빠졌다.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유럽 주요국들이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서는 가운데 올 상반기 한국 기업들의 수출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자금유출 가능성과 동시에 통화정책(금리 인하)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도 번지고 있다. 금리 인하를 둘러싼 엇갈린 반응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2일 증시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에 따른 주가 상승 기대감과 시장의 변동성 확대 경계감이 모두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한국은행이 금리인하 결정을 내려도 시장의 높아진 기대 수준을 만족시킬지 의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주가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대응 전략을 세울 둘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 심리적 마지노선(달러당 1240원)을 무너뜨린 원화
이번 주 초 원·달러 환율이 장중에 심리적 마지노선인 1240원대를 뚫고 올라갔다. 이는 2010년 6월11일(종가 1246.1원) 이후 5년 8개월 만에 최고치다. 2월19일 기록한 연고점(1239.6원)을 불과 10일 만에 새로 쓴 것이다.
외환당국도 입을 열었다. 원·달러 환율이 1240원을 넘나들자 한국은행이 기획재정부와 공동으로 나서 '구두 개입'을 단행한 것이다.
구두 개입 이후 변동 폭이 다소 줄었지만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상당수다. 금융시장 불안과 함께 미국의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글로벌 불안 요인이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저항선을 계속 뚫어내는 상황"이라며 "다음 저항선인 1250원대를 상향 돌파할 경우 그리스 재정위기 당시 수준이었던 1270원대로 올라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한국의 거시 정책이 성장보다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감당할 수 있는 환율 수준…한은, 금리인하로 방향 잡아야"
일각에선 반대로 원·달러 환율의 경우 경제 체력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환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내수 둔화와 신용 위험 통제를 위해서라도 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서대일 KDB대우증권 경제 담당 연구원은 "환율 급등이 국내 금융 안정성을 훼손시킬 위험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면서 "정책당국의 정책기조는 성장을 우선시해 나갈 것이고 이 때문에 3월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정부의 재정지출 여력은 제한적이고 대출 시장의 양적 규제 등 정부의 구조조정 대책이 이미 내수 경기에 부담을 주고 있어서 적절한 정책 공조가 필요한 시점"이라 ?강조했다.
국내 기업의 수출 부진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도 금리를 내려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 2월 수출과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2.2%와 14.6% 줄었고, 1~2월 수출 증가율의 경우 마이너스 15.5%로 지난해 4분기보다 악화된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
상반기 중 기업들의 수출 부진은 지속될 것으로 서 연구원은 판단했다. 그는 "수출과 성장률 간 상관관계를 보면 수출 물량 개선이 지연될 경우 성장률은 2% 초반에 그칠 것"이라며 "게다가 자본재와 소비재 수입 감소는 수출에 이어 내수 성장도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금리인하가 환율 변동성을 높이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서 연구원은 "2012년과 2014년 금리 인하 구간을 보면 인하 결정 이후 오히려 환율의 변동성이 축소됐다"며 "금리 인하가 환율의 변동성을 키운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 금리인하가 주가 상승 모멘텀?…"기대와 현실은 다를 수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내려도 주식시장은 무덤덤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중국이 최근 지준율 인하를 단행하며 글로벌 통화정책 이벤트의 시작을 알렸다"면서 "앞으로 유럽과 일본, 미국의 통화정책회의가 이어질 예정이지만 주요국 통화정책회의가 시장의 상승 모멘텀(동력)을 강화시켜 주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또 "오히려 시장의 높아진 기대 수준을 맞추지 못하면서 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변동성에 강한 주식으로 대응 전략을 짜야 한다"고 했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의 태도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현재의 저금리 상황에서는 상황별 경기에 대응하는 재량적인 통화정책보다 준칙에 의거해 신뢰성을 담보하는 태도가 저성장의 함정에서 벗어나는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된다면 가치주(株)의 강세가 좀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조 연구원은 분석했다. 2015년 하반기 이후 가치주의 성장주 대비 상대 강도가 코스피(KOSPI)의 단기 변동성(60일 기준)과 유사한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 가치주 내 순환매를 고려해 은행 철강 기계 반도체 자동차 업종 등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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