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G20회의 전날 "채권시장 개방 확대"…자본유출 차단 '포석'

입력 2016-02-25 19:30
외국인 채권투자 한도 폐지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금융시장 불안" 사전 진화

"중국 10년물 국채금리 연 2.87%…글로벌 투자자들에 매력적"


[ 베이징=김동윤 기자 ] 중국 상하이에서 26일 이틀 일정으로 개막하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를 앞두고 중국 정부가 채권시장 대외개방 확대 카드를 꺼내들었다. 위안화 국제화의 진전으로 위안화 자산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 수요가 갈수록 급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는 것이 중국 인민은행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위안화 가치 하락과 급격한 자본 유출에 대한 주요국 정부와 금융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도 이번 조치의 주된 목적 중 하나라는 분석을 내놨다.


◆인민銀 “채권시장 외국인 참여 장려”

인민은행은 지난 24일 홈페이지에 올린 통지문에서 “일정한 자격을 갖춘 외국인 기관투자가의 중국 은행 간 채권시장(장외채권시장) 참여를 장려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인민은행은 이에 따라 “중국의 은행 간 채권시장에 대한 적격 외국인 기관투자가의 투자 한도를 폐지했다”며 “새 규정은 통지문 발표와 동시에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채권시장은 은행 간 시장과 상장 채권시장으로 나뉘어 있다. 은행 간 채권시장은 일정 자격을 갖춘 기관투자가만 참여해 거래하는 곳으로, 중국 전체 채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한다.

지금까지 외국인 기관투자가가 중국 은행 간 채권시장에 투자하기 위해선 중국 정부로부터 ‘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QFII)’ 또는 ‘위안화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RQFII)’ 자격을 획득한 뒤 투자한도액을 별도로 받아야 했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은행 간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기관투자가의 투자 한도를 없애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QFII나 RQFII를 통해 10억위안의 투자 한도를 받은 외국인 기관투자가는 국가외환관리국이 할당한 범위 내에서만 은행 간 채권시장에 투자할 수 있었고, 나머지는 주식을 사야 했다. 이제는 10억위안 전액을 은행 간 채권시장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채권시장 육성·자본유출 방지 포석

인민은행의 이번 조치에는 다양한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민은행은 위안화 국제화의 진전을 배경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구성통화로의 편입이 결정된 이후 위안화 자산에 대한 해외 기관투자가의 수요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는 것이 인민은행 측의 공식 설명이다. 중국의 채권시장 규모(발행잔액 기준)는 48조8000억위안(2015년 말 기준)으로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보유 비중은 2% 미만에 그치고 있다.

이리스 팡 나티시스은행 수석이코노미뵈??“중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연 2.87%로 미국(연 1.69%)을 비롯한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며 “이번 조치로 중국 채권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업의 은행 대출 의존도를 낮추는 것도 이번 조치의 주요 목적 중 하나로 꼽힌다. 중국 기업은 자금조달액 중 69%를 은행 대출에 의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G20 재무장관 회의 직전 나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에선 지난해 실물경기 둔화와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연간 1조달러가량의 외화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베이징의 한 은행권 관계자는 “채권시장의 대외 개방이 확대되면 중장기적으로 미국 달러화의 중국 유입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며 “G20 재무장관 회의를 앞두고 위안화 가치 하락과 자본 유출에 대한 G20 국가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중국 정부가 서둘러 조치를 내놓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