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 김성순, "상가 투자, 비싸더라도 핵심 입지 자리잡은 물건 골라야"

입력 2016-02-25 07:00
수정 2016-02-25 09:58
콘텐츠만 좋다면 가격 저렴한 주변부도 괜찮아
SNS 타고 상가도 슈퍼스타 나오는 '오디션 시대'
이젠 중저가 식음료가 상업용 부동산 핵심시설

김성순 < 쿠시먼앤웨이크필드 코리아 리테일서비스 선임상무 >


[ 문혜정 기자 ]
“서울시내 주요 상권에서 건물을 사려는 투자자는 비싸더라도 핵심 입지에 자리 잡은 물건을 사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자영업자는 콘텐츠만 좋다면 임대료가 좀 저렴한 주변부도 나쁘지 않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홍보가 가능합니다.”

부동산 자산 인수 및 매각, 임대차 컨설팅 등의 업무를 하는 미국계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의 김성순 리테일서비스 선임상무는 “공실이 발생하지 않는 수익형 부동산을 골라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세계 60여개국에 260여개 지사를 보유한 쿠시먼은 지난해 미국 시카고에 본사를 둔 DTZ와 합병해 세계 최대 종합부동산컨설팅사로 떠올랐다. 해외 법인 간 글로벌 네트워크가 강하다 보니 해외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할 때 쿠시먼을 통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지사는 상업용 부동산(리테일) 부문의 명성이 높다. 상가 기획부터 임차인 선정 및 계약, 운영, 컨설팅을 모두 맡는다. 팀원만 50여명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전략마케팅팀과 삼일회계법인 전략컨설팅팀 등을 거쳐 2008년 쿠시먼에 합류한 김 상무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상업용 부동산 분야는 반(半)은 공간을 다루는 부동산업이고 반은 소비재와 연관된 유통업”이라며 “사람을 몰리게 만들고, 임대료와 자산 가격을 끌어올리려면 최신 트렌드와 재미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신 트렌드는 중저가 식음료(F&B)

김 상무는 최근 상업용 부동산의 핵심시설이 ‘패션’에서 ‘식음료(Food &Beverage)’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먹고 마시는 점포가 유동인구를 끌어오는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다. 김 상무는 “과거에는 고객 1인당 평균 매입액이 4만~5만원에 달하는 ‘고급 식당(fine-dining)’이 인기였지만 지금은 중저가면서 고객 만족도가 높은 고감도 식당, 디저트 카페 등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보유하게 되면서 소셜미디어로 정보가 유통된다”며 “하루 종일 먹고 마시는 모습을 사진 찍어 타인에게 보여주고 공유하는 트렌드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인은 자신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보여줄 사진거리와 스토리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김 상무는 “아이템이 좋고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면 인기 있는 상권의 외진 주변부에 가게를 둬도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오는 시대”라며 “점포 세입자는 너무 임대료(월세)가 비싼 곳만 고집하면 수익을 남기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자신의 사업 아이템과 개별 상권의 색깔이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담동은 고급스러움, 강북 이태원이나 경리단길은 맛집 이미지가 강하고 가로수길이나 서래마을은 아기자기한 카페나 디저트 가게 등을 열기 좋다는 것이다. 김 상무는 또 “소셜미디어에서 3개월만 인기를 얻어도 대형 백화점이나 쇼핑몰에서 연락이 온다”며 “상가도 몇 개월 만에 슈퍼스타가 나올 수 있는 ‘오디션 시대’”라고 덧붙였다.

주요 상권 임대료· 건물가↑

김 상무는 국내 주요 상권의 임대료와 건물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 브랜드들이 국내에 처음 진출할 때 매장 위치로 고려하는 상권은 ‘명동’ ‘강남역’ ‘가로수길’ ‘홍익대’ 등이다. 이들 지역의 스트리트 점포(길가에 있는 가게) 임대료는 내수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매년 20% 정도 오르고 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각 상권 내 핵심 지역 1층 임대료는 명동이 3.3㎡당 300만원에 육박한다. 강남역은 200만~250만원 수준이다. 가로수길이나 홍대 인근은 100만원을 돌파했다. 홍대 인근 9~15㎡(30~50평) 매장의 월 임대료는 3000만~5000만원에 달한다. 그는 “유명 브랜드도 이제는 1층과 함께 임대료가 훨씬 저렴한 2~3층을 통으로 임차해 단위 면적당 임대료를 낮추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로수길처럼 계속 상권이 확장되지 않는 명동 같은 곳이라면 건물을 매입할 때 비싸더라도 핵심 입지를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비싸게 산 건물이 더 올라 미래 수익이 크다는 것이다. 임대수익률은 연 4~4.5%를 목표로 하는 게 적당하다는 설명이다.

기업도 리테일에 관심

김 상무는 지난해 대림산업이 사옥으로 쓰는 서울 광화문 디타워(2014년 말 준공) 1~6층을 쇼핑몰로 전환했다. 사무실 로비는 지하 2층으로 내려갔다. 발상의 전환이다. YTN 방송시설이 있던 남산타워도 리뉴얼을 통해 상업시설로 탈바꿈했다. 여의도 유수홀딩스(옛 한진해운)는 주차장 내 유휴 공간에 6층짜리 외식 타운을 지었다. 현대엔지니어링 사무실로 쓰이던 목동41타워 2~3층은 식음료 가게들로 채워졌다. 성수동 창고를 리테일 시설로 바꿔 건물 가격이 높아진 사례도 있다.

김 상무는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파미에스테이션이나 호반건설이 직접 운영하는 판교 아브뉴프랑, 광화문의 디타워 등은 콘셉트 단계부터 방문자들이 즐겁게 놀고 쇼핑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인테리어도 통일감 있게 구성한 곳들”이라며 “반면 분양형 상가는 점포 주인이 많고 각기 입지 경쟁력 등이 달라 조화로운 단일 상권으로 구성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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