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원유 감산 논의, 시간 낭비" 이란 "산유량 동결 요구 웃기는 일"

입력 2016-02-24 19:22
시장에 '찬물'…WTI 4.5% 급락
JP모간, 에너지 부문 충당금 추가


[ 뉴욕=이심기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을 위한 논의는 시간낭비”라며 상승세를 타던 국제 원유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란도 “산유량 동결을 요구하는 것은 터무니없다”며 원유수출 확대를 위한 증산 방침을 재확인했다.

2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4월물은 4.55% 급락한 배럴당 31.8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이날 런던 ICE거래소에서 4.09% 떨어진 배럴당 33.27달러에 마감했다. 전날 감산합의를 기대하고 올랐던 상승분을 하루 만에 대부분 반납한 것이다.

알리 알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사진 왼쪽)은 이날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IHS 세라위크 콘퍼런스에서 “산유국끼리 감산에 합의하더라도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며 사우디는 감산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비잔 남다르 장가네 이란 석유장관(오른쪽)은 사우디를 겨냥한 듯 “최근 몇 년간 주변 산유국이 하루평균 1000만배럴까지 생산량을 늘려놓고 지금 와서 이란의 생산량을 현 수준인 하루 100만배럴로 동결하자는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하고 있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외신은 원유 전문가들의 발언을 빌려 “원유 공급이 수요보다 하루평균 100만배럴 많던 1월을 기준으로 산유량을 동결한다면 공급과잉 상태만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요 산유국 간 기싸움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아직은 ‘피’를 더 봐야 한다는 게 시장 분위기다. JP모간체이스는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투자설명회에서 1분기 에너지부문 투자손실에 대비한 충당금을 5억달러 추가로 설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JP모간은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기업에 제공한 대출 등이 은행 전체 익스포저(신용공여)의 40%에 달한다며 저유가가 지속돼 손실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JP모간이 올해 에너지부문 손실에 대비해 쌓은 충당금은 지난해 8억달러에서 13억달러로 늘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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