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 453개 기업 조사
제재 풀려 시장 커지겠지만
투자환경 매우 불확실
거래 때 달러화 결제 힘들어
정부 금융지원책 절실
[ 임원기 / 이해성 / 김순신 기자 ] “시장이 확대되겠지만 여전히 리스크가 커서 추가 투자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
지난 1월16일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를 계기로 국내 기업의 이란 시장 진출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기업인들은 여전히 기대보다는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에 한 번이라도 수출해본 국내 기업 가운데 5곳 중 4곳은 경제제재 해제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추가 투자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이란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 △자금 거래 리스크 △정부 지원 미흡 등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투자하더라도 소규모로
24일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3년간 이란 수출 실적이 있는 453개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에서 79%인 358개 기업은 ‘향후 이란에 대한 투자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21%인 95개사만이 ‘투자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453개 기업 중 80.1%인 363개사는 경제제재 해제로 “향후 이란 시장이 확대될 것”이 箚?전망했다. 20% 이상 시장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27.6%로 가장 많았다.
시장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투자를 고려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투자환경의 불확실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란 응답이 50.8%에 달했다. 달러화 결제가 안 되고 있어 자금 거래에 대한 어려움이 우려된다는 응답은 15.9%였다. 그 밖에 중동의 다른 국가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을 고려하고 있거나, 대외 투자 여력 자체가 감소했다는 일부 응답이 있었다.
투자 의향이 있는 기업들도 소규모 투자만 계획할 뿐 대규모 투자는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투자하겠다는 95개 기업 중 41.1%는 10만달러 미만을 투자하겠다고 답했다. 10만~30만달러가 26.3%로 투자 의향이 있는 기업의 67.4%는 30만달러 미만의 소규모 투자만 계획하고 있었다.
투자를 적게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기업들은 ‘이란 시장이 다른 어떤 국가보다 수출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54.3%)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대금 결제 문제(57.0%)와 인허가 등 행정절차의 복잡성(35.5%)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혔다.
◆결제 다변화 및 금융 지원 시급
이런 현실 때문에 수출기업들은 가장 시급한 정부 지원책으로 ‘결제통화 다변화를 통한 금융 리스크 해소’(38.6%)를 지적했다. ‘바이어 명단 및 신용조사에 대한 지원 요청’ ‘시장 상세 정보 및 자료 요청’ ‘수출보험 지원 및 확대’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지원 방안은 아직 기업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날 한국경제신문이 이란 시장 진출을 俎置構킬?영업망 확대를 고려하고 있는 20개 국내 주요 기업(건설, 종합상사, 전자, 중장비 등)을 전화 취재한 결과 응답 업체 모두 “정부의 금융지원책이 가장 중요한데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것 같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테헤란에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전자업체 관계자는 “이란 제재가 해제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리스크가 크고 불확실한 게 너무 많다”며 “기업은 당분간 영업은 확대하겠지만 투자는 유예하는 게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전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란은 현지 돈줄이 말랐기 때문에 인프라 건설 등을 수주하려면 이쪽에서 투자 및 금융조달 계획 등을 모두 마련해야 한다”며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한국 정부는 아직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테헤란 현지 사무소 설립을 고려하고 있는 한 종합무역상사 관계자는 “정책당국이 파이낸싱을 일으켜주는 것이 이란 진출의 키워드”라며 “천편일률적인 방식보다는 기업별로 특화된 아이템에 맞는 맞춤형 금융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원기/이해성/김순신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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