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프랑스 퍼블리시스와 제일기획 공동경영…지분매각도 검토

입력 2016-02-17 19:23
퍼블리시스, 아시아 진출 위해 제일기획 지분 30% 매수 추진

삼성도 해외광고 집행에 유리…다각적인 협력방안 논의 중
"그룹 사업재편과 연관" 분석도

스포츠단 처리 등 걸림돌로


[ 김현석 기자 ] 삼성그룹이 세계 3위 광고사인 프랑스 퍼블리시스와 제일기획을 공동 경영하거나 경영권을 아예 넘기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에 방대한 네트워크를 가진 퍼블리시스를 통해 제일기획의 해외 영업을 확대하고, 삼성전자의 해외 광고도 효과적으로 집행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삼성이 2013년부터 추진한 전자, 금융 중심으로의 사업 재편과 연관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퍼블리시스, 제일기획 공개매수 추진

제일기획은 17일 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주요 주주가 글로벌 에이전시들과 다각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블룸버그통신이 “퍼블리시스가 제일기획 지분 30%를 공개매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보도한 내용이 진행 중임을 확인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퍼블리시스가 삼성(삼성물산 12% 삼성전자 12% 등 28%)에 앞서 제일기획의 1대주주가 된다. 증권업계에선 퍼블리시스가 삼성과 같은 28%를 공개매수해 경영에 참여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퍼블리시스는 미국에서 삼성전자의 매체광고 구매 대행을 맡고 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퍼블리시스와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결론이 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북미 시장 매출 비중이 80%가 넘는 퍼블리시스는 중국 한국 등 아시아에서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제일기획 경영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일기획은 삼성전자라는 글로벌 대형 광고주를 갖고 있는 데다 성장 중인 중국에서 선전하고 있다. 제일기획의 자회사(98%) 펑타이는 중국 디지털광고 시장에서 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퍼블리시스는 최근 세계 광고업계 1, 2위인 WPP, 옴니콤에 비해 성장세가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에서는 기존 광고주였던 P&G와 로레알을 경쟁사에 빼앗기기도 했다.

전자·금융 중심 사업재편 속도낼 듯

삼성그룹에서 광고업은 주력사업이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3년 하반기부터 전자와 금융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면서 화학·방산사업 등을 정리했다. 또 퍼블리시스와 협력하면 삼성전자의 해외 광고를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다. 퍼블리시스가 제일기획이 취약한 북미 광고 시장에서 강력한 지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회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매체광고 구매 대행은 다량의 TV 광고 시간을 미리 싸게 사서 광고주가 원할 때 광고를 내보내는 것”이라며 “제일기획은 삼성전자 외엔 해외 광고주가 많지 않아 삼성전자의 해외 매체광고 구매 대행을 하지 못하고 퍼블리시스에 맡겨 왔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등이 퍼블리시스에 보유 중인 제일기획 지분을 팔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물산은 삼성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지주회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지주회사가 되려면 자회사 지분 30% 확보 등 요건을 채우기 위한 자금이 필요하다. 제일기획 주식은 △삼성 계열사가 28.44% △제일기획 자사주 11.96% △5% 이상 주주 21.54%(국민연금 10.25%, 매튜스 6.07%, 한국투자신탁운용 5.22%) △소액주주가 38.06% 등을 보유하고 있다. 퍼블리시스도 많은 지분을 확보하려면 삼성물산 등의 지분을 사는 게 편리할 수 있다.

다만 삼성과 퍼블리시스의 협의 과정에서 제일기획 산하의 스포츠단이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퍼블리시스 입장에선 스포츠단이 필요 없다. 제일기획은 지난해부터 삼성라이온즈와 수원삼성블루윙스 프로축구단, 삼성전자 남자 농구단, 삼성생명 여자 농구단, 삼성화재 남자 배구단 등 5개 스포츠단을 인수했다. 제일기획은 그동안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의 몫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 사장은 지난해 12월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 사장에서 물러난 뒤 패션사업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일기획 주가는 이날 증권시장에서 11.08% 내린 1만7650원에 마감했다. 해외 매각설에 삼성전자의 광고물량이 이탈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불거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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