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Zika 바이러스의 공포'…지구촌은 떨고 있다

입력 2016-02-16 11:02

신종 전염병의 원조는 14세기 유럽 인구를 40% 가까이 줄어들게 한 흑사병, 1918년 세계를 강타하며 5000만명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 독감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인류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전염병이 늘어나고 있다. 2014년 서아프리카에 사상 최악의 에볼라 출혈열이 확산됐다. 중앙아프리카에서 발생한 과거와 달리 처음으로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생한 에볼라는 라이베리아, 기니, 나이지리아 등으로 무서운 속도로 번졌다. 최대 치사율 90%에 이르는 에볼라 출혈열이 중앙아프리카 거주 주민과 의료진 등의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바 있어 스페인 독감과 같은 인류의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가 세계를 휩쓸었다. 2002년 사스 역시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사스가 휩쓸고 간 자리에 사스 바이러스와 아주 비슷한 바이러스에 의한 중동호흡기증후군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중동지역에서 집단 발생했고, 이번엔 모기를 매개로 한 지카바이러스가 우리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이제껏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신종 전염병의 출현은 산업화에 따른 자연 파괴, 동물과의 접촉 증가 등으로 바이러스나 세균이 넘어와 발생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에볼라는 박쥐와 원숭이, 사스는 사향고양이, 신종플루는 조류와 돼지, 지카바이러스는 모기로부터 인간으로 전파된 것이다.


모기 매개 전염병, 지카바이러스

2015년 5월 온 나라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 사태가 끝난 지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이번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카바이러스’ 유행에 대해 국제 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이는 신생아 소두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의심되는 바이러스로 WHO는 현재 유행하는 남미와 동남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이다. 국내 보건당국도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방지하고 해외 입국자를 통해 질환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카바이러스는 1947년 우간다 붉은털 원숭이에서 최초로 확인됐으며 인체 감염사례는 1954년 나이지리아에서 처음 발견됐다. 지카바이러스는 이집트숲모기와 흰줄숲모기에 의한 전파로 감염이 되며 감염자가 적어 면역력이 있는 사람이 거의 없고 백신이나 치료제도 없는 실정이다. 특히 임산부가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신생아의 머리가 선천적으로 작은 소두증 아이를 출산할 가능성이 있어 임산부에게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WHO는 외부 전문가 18명으로 구성된 긴급 위원회를 소집해 화상회의를 열고 “지카바이러스가 소두증을 일으킨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지만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60년동안 잠잠했던 이 바이러스는 지난해부터 남미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바이러스 유행 속도가 급격히 빨라진 데 대해 전문〉湧?지구 온난화 등의 영향을 꼽았다. 송영구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모기 문제는 기후와 연관이 있다”며 “날이 따뜻해지면서 모기개체 수가 늘었고, 이로 인해 감염자도 증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

메르스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중증 급성호흡기 질환이다.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견 된 뒤 요르단, 카타르, 아랍에메리트(UAE) 등 중동지역에서 환자가 집중 발생해 ‘중동호흡기증후군’이라고 불렸다. 2015년 5월부터 우리나라 전역에서 100명이 넘는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공포를 키웠다. 보건복지부 현황 보고에 따르면 2015년 국내 메르스 감염 확진자는 186명, 사망자 38명, 격리조치 1만 6572명이었다.

이 전에도 사스나 신종플루 같은 전염병이 국민을 두려움에 떨게 한 적은 있었지만 감염 확진자가 거쳐갔다는 이유만으로 병원이나 식당이 임시 폐쇄를 당하고, 확진자와 같은 공간에 있던 수많은 사람을 집단 격리조치하는 등 사회 전체를 마비시킬 정도의 공포를 준 것은 메르스였다. 메르스 확산으로 인한 국내 소비 위축은 생각보다 컸다.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겨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관광업계를 비롯, 백화점 매출 및 문화·여가 생활도 감소하며 전반적으로 내수가 침체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세기 말 이미 ‘21세기는 전염병의 시대’라고 규정했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30년 사이 창궐한 신종 바이러스는 에볼라,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조류인플루엔자(AI),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신종플루 등 30여종이 넘는다. 일각에선 무분별한 개발과 지구 온난화 등 생태계 균형 파괴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인간은 이 지구상 자연계에서 동물, 미생물과 공존해야 하는 생명체다. 그러나 공존의 질서가 깨지는 경우 재앙이 인간에게 들이닥친다. 노벨상 수상자인 조슈아 레더버그는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는 데 가장 큰 위협은 바이러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조혜리 한국경제신문연구원 hyerij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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