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고객 건물 대신 지어준다

입력 2016-02-09 20:07
하나은행, 신축·리모델링 대행

소규모 토지주 문의 활발


[ 문혜정 기자 ] 70대 후반의 여성 A씨는 서울 강남역 인근에 3층짜리 오래된 건물(월 임대료 1500만~1600만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는 세 아들에게 상속하기 앞서 낡은 건물을 헐고 새 빌딩을 짓기로 했다. 수익성을 따져보는 타당성 분석부터 설계, 인허가, 시공사 선정, 계약, 공사자금 대출, 공사 감독, 임차인 계약까지 스스로 진행하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아 주거래 은행인 KEB하나은행의 도움을 받았다.

KEB하나은행이 개인을 대신해 ‘소규모 개발자(디벨로퍼)’나 ‘건설사업관리업체(CM)’로 나섰다. 자산가들이 건물 신축이나 리모델링을 할 때 믿고 맡길 곳을 찾지 못해 난감해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A씨 건물은 지하 단란주점 등 세입자를 내보낸 뒤 2014년 3월 착공해 지난해 준공했다. 8층짜리 새 건물의 월 임대료는 5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총 공사대금 30억원 중 25억원은 은행 대출로 충당했다.

KEB하나은행은 오는 4월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두 번째 건물 신축에 나설 예정이다. 70대 초반의 B씨가 시공사와의 갈등으로 20년간 땅(425㎡)을 나대지로 방치하다 최근 지인의 소개를 받아 개발을 의뢰해 왔다. 이 은행은 내부 자산관리 전문가와 세무·회계사뿐만 아니라 외부 건축컨설팅·설?middot;시공업체 등과 함께 팀을 짜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건축과정을 총괄하고 있다.

개발 문의를 하는 지주는 주로 330㎡ 안팎의 소규모 필지 소유자들이다. 대형 CM업체나 부동산신탁사에 맡기기에는 규모가 작아서다. KEB하나은행 신탁부 관계자는 “리모델링이나 신축을 대행하면 민원 발생 우려가 크고 일이 많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면서도 “경험이 더 쌓이면 기존 건물 매입과 신축을 함께 검토할 수 있어 프라이빗뱅킹(PB) 소비자에 대한 자산관리 서비스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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