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최대 산유국 어쩌다가…
원유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유가 급락하자 경제 '마비'
지난해 성장률 마이너스 10%
재정 파탄에 치솟는 물가
"작년 물가상승률 275%"…외환보유액 100억달러로 '반토막'
IMF '구제금융 우려 국가' 주시
[ 홍윤정 기자 ] 원유가격 하락과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로 고전하고 있는 남미 최대의 산유국 베네수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비참한 나라’에 꼽히는 수모를 겪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물가상승률과 실업률로 산정한 베네수엘라의 고통지수가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의 주력 수출 품목인 원유 가격이 곤두박질치면서 인플레이션율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참한 국가’
급속한 인플레이션과 경제 붕괴는 베네수엘라를 세계에서 가장 비참한 나라로 만든 주된 이유로 꼽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고통지수는 159.7로, 2위를 차지한 아르헨티나의 39.9에 비해 네 배 가까이 높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32.0으로 3위,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가 27.0으로 4위를 차지했다.
베네수엘라의 고통지수를 1위로 끌어올린 것은 인플레이션율. 베네수엘라 정부가 공식 발표한 지난해(1~9월분) 물가상승률은 141.5%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실제 물가상승률이 275%에 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저(低)유가 상황이 계속되면서 베네수엘라의 급속한 인플레이션이 이어질 것”이라며 “올해도 베네수엘라의 고통지수가 가장 높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베네수엘라 경제는 말 그대로 엉망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0%(추정치)로 작년의 -4%에 이어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갔다. IMF는 베네수엘라의 올해 GDP 증가율을 -8%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은행과 IMF는 베네수엘라를 구제금융 우려가 있는 국가로 보고 경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원유값 하락…재정고갈 위기
세계 5대 원유생산국인 베네수엘라는 전체 수출의 96%를 석유와 천연가스로 충당하고 있다. 또 국가 재정의 50%가량을 원유 판매에 의존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원유 수출로 거둬들인 ‘오일머니’로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의 복지정책을 유지해왔다. 2013년 사망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1998년 집권한 뒤 16년간 대중영합적인 정책을 펼친 결과다.
베네수엘라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을 유지해야 재정 균형을 맞출 수 있다. 하지만 2014년 중반만 해도 배럴당 100달러대에 거래되던 국제 ?〈?올해 20~30달러대로 폭락했다.
설상가상으로 원유값 하락은 베네수엘라 볼리바르화 가치를 떨어뜨리면서 급속한 인플레이션을 가져왔다. 석유산업을 제외한 다른 산업의 발전이 더딘 베네수엘라는 기본적인 식료품 및 생필품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물가 상승으로 생필품마저 사기 어려워지면서 무상 정책으로 유지해왔던 ‘차베스 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비참한 나라로 전락하고 있다.
외환보유액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214억달러였지만 2월에는 100억달러 수준으로 반 토막이 났다. 저유가가 올해에도 지속된다면 베네수엘라의 수출액은 180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베네수엘라의 지난해 수입액 규모는 370억달러였다.
원유 판매에 의존한 무상 정책에 제동이 걸리면서 민심도 크게 요동치고 있다. 무상 정책으로 인기몰이를 했던 베네수엘라 집권여당인 통합사회주의당(PSUV)은 작년 12월 치러진 총선거에서 야권 연합인 민주연합회의(MUD)에 참패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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