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 규제'로 고통받는 청년 창업가들의 하소연 "밤낮없이 회사 키웠더니 졸지에 범법자"

입력 2016-02-04 18:55
수정 2016-02-05 09:47
"청년들 창업 하라면서 각종 규제로 발목잡아"
"창업 아이템인 푸드트럭 대졸자는 쉽게 못해"

창업 지원 사업만 300개…산만하고 도움 안돼


[ 김동현/김진연 인턴 기자 ]
“요즘 회사 분위기요? 직원들이 하나둘 퇴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업을 계속할지가 불투명해지자 중고차 딜러도 떠나고 있어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 일자리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제언’ 심포지엄에서 중고차 온라인 경매업체 바이카의 정욱진 대표가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바이카는 2014년 9월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여 만에 8000여대의 중고차가 매물로 올라올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국회에서 온라인 중고차 경매업체를 규제하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어려움에 처했다. 법안이 3300㎡ 이상 주차장 등 온라인 업체에 필요하지 않은 각종 공간을 확보하도록 하고 이를 갖추지 않으면 불법업체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국회에서 관련 법이 통과되면서 졸지에 범법자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투자자로 나선 기업은행과 벤처투자업체 메가인베스?廊?등에 “문제가 없다”고 설득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뒤늦게 제도 보완에 나서기로 하면서 사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사기가 떨어진 직원들은 회사를 떠나고 있다. 그는 “중고차 매매 당사자의 비용을 줄여주는 틈새시장이라 생각하고 밤낮없이 사업에 몰두했는데 허탈하다”고 말했다.

보수 청년단체인 ‘청년이여는미래’ 주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신보라 청년이여는미래 대표는 “청년을 중심으로 꾸려진 온라인 중고차 매매업체 헤이딜러가 법 개정으로 영업 중단을 선언하는 사태를 목격했다”며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청년의 도전정신을 꺾는 각종 규제의 문제점을 짚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심포지엄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심포지엄에서는 정부의 창업 활성화 정책과 관련한 청년 창업가의 다양한 비판이 쏟아져나왔다. 50여개 대학 학생이 참여하는 정보기술(IT)벤처 창업동아리 SOPT의 유원일 회장은 “실제 창업 현장에서 보면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으로 가장 큰 혜택을 입는 사람은 ‘멘토’라 불리는 이들”이라며 “겉만 번지르르한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도움이 되는 창업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속있는 멘토링이 이뤄지는 사례는 거의 없는데도 정부가 이에 대한 지원금까지 따로 명시해 엉뚱한 이들이 배를 불린다”며 “최근 창업 아이템 경진대회에서 우승한 한 대학생 창업팀의 우승 상금 20%를 멘토가 가져갔다”고 말했다.

거미줄 같은 규제 때문에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청년 창업가도 있었다. 인천 송도 등을 중심으로 푸드트럭 사업을 하고 있는 함현근 칠링키친 대표는 “인천에 한정된 사업 영역을 경기도로 확장하기 위해 알아봤더니 ‘나이가 15~29세 이하거나 국민 기초생활 수급자 자격이 있어야 푸드트럭 사업을 할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며 “‘고등교육을 받지 않은 자’ 등의 조건도 있어 사실상 대학 졸업자는 푸드트럭 영업을 쉽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푸드트럭을 청년 창업 아이템으로 선전하고 있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규제가 따로 노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문제를 통감하며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의 박용호 위원장은 “청년 실업률이 9.2%까지 치솟은 가운데 이를 줄이기 위한 청년 창업이 절실하다”며 “청년 창업과 공유 경제를 가로막는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송해순 노사정위원회 청년고용협의회 전문위원은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사업만 300여개가 된다지만 너무 산만하고 표면적인 문제를 짚는 데 그치는 것 같다”며 “실질적인 도움을 줄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김동현 기자/김진연 인턴기자(고려대 4년)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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