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중도금 대출 바짝 조인 넉달 새…3만4000가구 5조 대출 차질

입력 2016-02-04 18:26
건설사들, 집단대출 받을 은행 못 찾아
1차 중도금 납부기한 미루는 단지 속출
제2금융권서 대출…계약자 이자 부담 커져


[ 조성근 기자 ] 6대 시중은행들이 새해 들어서도 여전히 아파트 중도금 대출(집단대출)을 억제하면서 중도금 대출 은행을 구하지 못해 피해를 입은 분양 가구 수가 3만4000가구(5조2000억원)에 육박했다. 대출해줄 은행을 구하지 못한 건설사들이 1차 중도금 납부기일을 1~2개월씩 유예하는 초유의 일도 발생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계약자들의 이자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청약 예정자들은 반드시 사전에 대출 조건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집단대출 거부 가구 수 3만4000가구 육박

한국주택협회는 65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집단대출 규제 피해 상황’을 조사한 결과 시중은행의 대출 거부로 어려움을 겪는 분양주택이 지난달 말 현재 3만3970가구에 달했다고 4일 발표했다. 대출 규모로는 5조2000억원이다. 작년 10월 집단대출 규제 직후 조사된 1만3000가구, 2조1000억원에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대출이 보류되거나 거부된 곳이 1만5400가구, 2조4000억원 규모였다. 시중은행이 대출을 거부해 지방은행이나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경우가 1만8600가구, 2조8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아파트 분양을 마친 B사는 미분양 없이 100% 계약을 마쳤는데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은행이 집단대출을 거절해 4개월째 대체 은행을 찾고 있다. 이 회사는 1차 중도금 납부 일정이 다음달로 다가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대구에서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추진 중이던 C사는 지난해 10월 은행이 중도금 대출제안서를 철회하는 바람에 일반분양을 중단했다. 중도금 대출을 해줄 수 없으니 다른 은행을 알아보라는 통보를 일방적으로 받았다.

◆중도금 대란 우려

중도금을 대출해줄 은행을 구하지 못해 1차 중도금 납부를 유예해주는 곳도 나오기 시작했다. 작년 10월 영남 지역에서 아파트를 분양한 A사는 지난달 1차 중도금 납부일까지도 대체 은행을 찾지 못하자 계약자들의 불만을 고려해 중도금 1회차 납부시기를 두 달 유예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계약자로부터 1차 중도금을 받지 못해 회사의 자금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 화성에서 아파트를 공급한 E사도 중도금 대출 환경이 어려워진 점을 고려해 1차 중도금 납부시기를 4월에서 5월로 미리 연기했다. 지난해 10~11월 분양에 나선 업체들은 중도금 납부 시기가 도래했거나 임박한 상황이어서 최악의 경우 ‘중도금 유예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건설사들은 전망했다.

건설사들이 2금융권으로 옮겨 가지 못하는 것은 금리 부담 때문이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금리가 연 3% 초반이지만, 2금융권으로 가면 연 3.8~3.9%의 이자를 내야 한다. 중도금에 대한 이자를 입주 때 한꺼번에 내는 ‘중도금 후불제’를 적용한 곳에선 부담이 고스란히 계약자 몫으로 전가된다. 은행은 대출 주선만 해줄 뿐 실제 대출을 받는 주체는 계약자인 까닭이다.

D건설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분양가격이 올라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중도금 대출에 대한 이자를 시행사가 부담하는 ‘중도금 무이자’를 적용한 곳에선 금리 인상만큼의 손실을 시행사가 떠안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금리가 갑자기 연 3% 후반까지 높아지자 계약자들이 이자 부담을 신경 쓰면서 계약을 꺼리고 있다”며 “집단대출에 대한 규제를 계속하는 한 내수 경기가 살아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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