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통계는 정책을 왜곡시킨다"
생글생글이 오늘로 창간 500호를 맞았다. 햇수로는 만 10년이 흘렀다. 생글은 청소년들에게 시장이 돌아가는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창간됐다. 어른이 되어 사업을 하거나 직장을 구할 때, 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인 공약을 제대로 평가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적도 갖고 있다. 국민 모두가 경제를 이해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면 우리 사회에 신용불량자가 줄어들 뿐 아니라 인기영합적인 정치 공약도 자리를 붙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경제 원리를 모르거나 인기영합적인 공약들이 아직 적지 않게 나온다. 지난해 야당 대표와 여당 핵심 지도자가 주장한 소득주도 성장론도 그런 사례이다. 소득주도 성장론이란 기업 이윤을 임금이나 배당으로 나누어 주면 가계 소득이 높아져 소비가 늘고, 늘어난 소비가 다시 생산 증가, 소비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는 전혀 검증되지 않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경제가 성장하려면 기본적으로 생산요소의 투입을 늘리거나 기술이 발전해 생산성이 높아져야 가능하다. 그렇지 않은 성장정책은 허구이거나 효과가 모두 일시적일 뿐이다. 공짜 점심은 없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소득주도 성장론은 더 이상 논의되지 않고 잠잠해졌다.
가끔 엉터리 경제 통계 수치로 거대담론을 펼치는 주장도 나온다. 복지예산 증대론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한국의 낮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지출(SOCX) 비율이 그러한 예이다. 한국의 사회복지예산은 GDP의 10.4%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 조사 대상국 중 꼴찌이다. 하지만 이 통계는 한국의 복지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라 복지제도를 뒤늦게 도입해 나타나는 ‘시간 불일치’ 현상일 뿐이다. 국민노령연금을 받는 노인들의 국민연금 평균 가입 기간이 한국은 8.1년으로 OECD 국가의 35~40년에 비해 훨씬 짧다. 아직까지 복지예산 지출이 적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오히려 복지예산의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 문제이다.
잘못된 통계를 바탕으로 정책을 시행하면 국가에 큰 해를 끼치게 된다.
최근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나돌 정도로 젊은 세대의 불만이 높다. 사회에 대한 불만이 높을수록 제도를 바꾸려는 검증되지 않은 주장들이 난무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장경제는 사람들이 찾아낸 체제 중 가장 좋은 경제 제도로 평가받는다.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열린 제도이자, 문제가 있으면 스스로 수정해 나가는 장점을 갖고 있다. 시장경제의 본질을 폄하하는 오해와 왜곡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4, 5면에서 공부해 보자.
박주병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장 jb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