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에 길을 묻다⑤·끝] "원·달러 1250원 뚫리면 위기 온다"

입력 2016-01-24 09:14
[ 정현영 기자 ]
상반기 원·달러 환율 1차 저항선 1220원·2차 저항선 1250원
내달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전환점

제2의 '외환위기' 상황일까. 2016년 연초부터 금융시장에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5년 반 만에 원화의 가치가 최저 수준까지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당시엔 투기자본이 빠져나가면서 달러가 부족했었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달러 유동성이 풍부한 데다 원·달러 매매도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1997년 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얘기다.

◆ 상반기 원·달러 심리적 고점 '1250원'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은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했다. 지난 11일 원·달러 환율은 5년 6개월 만에 1200원(장중)을 돌파했고, 15일엔 1213.40원까지 오른 채 장을 마쳤다. 이후 소폭 조정을 받았지만 지난 22일 종가는 1200.10원으로, 여전히 12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오는 3월까지 원·달러 환율은 1195원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었다.

외환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의 1차 저항선을 1220원으로, 2차 저항선이자 올 상반기 고점을 1250원대로 전망했다.

이용준 산업은행 외환거래팀 과장은 "원화에 대한 시장의 오버슈팅(과열 국면)이 진행 중이라서 원·달러가 1220원대에서 막히면 그간 쌓인 물량이 쏟아지면서 원화 약세가 진정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영업부 연구위원도 상반기 고점은 1250원대, 하반기 저점을 1150원대로 예상했다.

황정한 우리은행 트레이딩부 차장은 "심리적인 지지선인 1250원대에 다가서면 위기를 느낄 것 같다"면서 "이 정도 수준에선 수급 요인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우려와 환율이 연동되는 것으로 봐야한다"라고 강조했다.

◆ 원화 약세 가파른 이유…"미국 아니라 중국·홍콩이 주범"

가파른 원화 약세의 주범은 중국과 홍콩이다.

유신익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초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키운 이슈는 미국 달러화에 대한 중국의 위안화와 홍콩달러"라며 "달러에 페그(고정)된 홍콩달러의 경우 미국 강(强)달러에다 위안화 약세까지 겹치면서 부정적인 압력이 커지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위안화가 미국 달러 대비 어느 선까지 움직이고 언제쯤 진정될지에 대한 고민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을 외환시장의 핵심 변수로 지목한 전문가는 서정훈 연구위원이다.

서 연구위원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미국 금리 인상 여부에 따른 달러화 움직임이 원화와 맞물린 최대 변수였지만 이제 중국이 핵?변수"라며 "중국 경기 둔화와 위안화 약세를 감안하면 원화의 약세 분위기는 올해 내내 지속될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

올해 외환시장에서 주목할 키워드로는 △중국 정부의 정책과 위안화 흐름 △유가 및 상품통화의 움직임 △ 주요국 중앙은행의 정책 스탠스 등 3가지가 꼽혔다.

이용준 과장은 "중국이 현재 처해있는 경기 상황이나 위안화 흐름 등이 외환시장 변동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위안화 약세의 경우 단기가 아니라 중장기 이슈"라고 지적했다.

◆ 다음달 G20 회의 주목해야…"하반기 안정 되찾을 것"

외환시장은 하반기부터 안정을 되찾을 것이란 전망이다.

또 다음달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기점으로 위안화 약세도 진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과장은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서는 상황에서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분명 커다란 걸림돌"이라며 "시장불안의 발단인 중국에 가시적인 해결책 등을 언급할 수 있고 나아가 의장국인 중국의 역할론이 대두될 수 있다"라고 예상했다.

중국이 의도적으로 글로벌 환율 전쟁을 일으키지는 않았다는 시각에서다.

황정한 차장은 "환율 전쟁이었다면 통화 약세를 유도해 수출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데 중국은 위안화 약세를 방어하는 입장"이라며 "가파른 위안화 약세는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 연구위원은 "중국 정부로선 경기 둔화를 방어하기 위해 위안화 약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환율 전쟁을 의도한 건 아닐 것"이라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다음달 G20 회의를 전환점으로 하반기부터 외환시장이 진정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유 이코노미스트는 "일단 중국 이슈만 완화되면 원·달러 환율의 변동폭은 줄어들 것"이라며 "위안화의 경우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와 국제유가 안정 등 대외 상황에 따라 이른 시점에서 정상화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원·달러는 2~3분기(4~9월) 중 정점을 지나 4분기(10~12월)에 하향 안정세를 나타낼 것"으로 점쳤다.

서 연구위원도 "중국발(發) 불확실성 영향으로 상반기 중 고점을 찍은 뒤 하반기로 갈수록 안정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유가 급락 등 대외 환경까지 감안하면 연내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없다"라고 못박았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