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학습자들에 '희망' 주는 트럼프

입력 2015-12-25 19:19
세 음절 넘는 어휘 사용 7% 불과
"트럼프 연설은 9세짜리도 이해"


[ 박해영 기자 ] “짧고 쉬운 단어 사용이 트럼프 연설의 장점이다.”

미국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사진)의 연설을 AFP통신이 분석한 결과다. AFP는 지난 15일 공화당 대선후보 TV토론에 출연한 9명의 모두발언과 마무리발언을 분석했다. 문장 길이(단어 수)와 단어 길이(음절 수)로 문장의 복잡함을 평가하는 ‘플레시·킹케이드 기법’을 사용했다.

트럼프는 세 음절을 초과하는 단어를 사용한 비율이 7%에 불과했다. 3분 동안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좋은(good)’ ‘나쁜(bad)’ ‘어리석은(stupid)’ ‘위대한(great)’ 같은 간단한 단어를 집중적으로 썼다. 어려울 것 같은 외교 문제도 쉬운 말로 표현했다. 가령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나쁜 사람, 몹시 나쁜 사람(bad guy, very bad guy)’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는 ‘어리석은(stupid)’ 사람들이라고 공격했다. 유세 초창기 썼던 ‘무능한(incompetent)’보다 더 쉬운 단어로 바꿨다. AFP는 “아홉 살짜리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지지율 2위인 테드 크루즈는 세 음절을 넘는 단어 비율이 24%에 달했다. 최소 15세는 돼야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이다. 피터 롤러 베리칼리지 교수는 “트럼프가 생각나는 대로 떠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의도적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매튜 바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유권자에겐 단순한 연설이 더 진실하게 다가온다”며 “어려운 연설은 남을 속이기 위한 것이라고 청중은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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