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청구권 협정' 헌법소원 각하

입력 2015-12-23 18:33
헌재 "위헌심판 대상 아니다"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법 '합헌'


[ 김인선 기자 ] 헌법재판소가 한일청구권 협정 조항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을 모두 각하했다. 헌재는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을 규정한 각종 법률이 불합리하다는 유족들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23일 한일청구권 협정 2조 1·3항, 2조 2항 a호에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을 각하 결정했다. 각하는 헌법소원 청구가 헌재의 심판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할 때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내리는 처분이다.

헌재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딸 이윤재 씨가 낸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 전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렇게 결정했다. 헌재는 “한일청구권 협정 2조 1항 등은 이 소송에서 다투는 처분의 근거조항이 아니어서 당해 사건에 적용하는 법률 조항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주문이나 이유가 달라지는 경우라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부친의 미수금을 정당하게 평가해 지급해 달라며 2009년 행정소송을 냈는데 한일청구권 협정의 위헌 여부가 이 소송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일청구권 2조 1항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와 법인을 포함한 국민의 재산·권리·이익·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 일본 정부는 이 협정을 근거로 일본군 위안부를 비롯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법적 배상 문제가 끝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씨는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지원위원회가 부친 사망 당시 갖고 있던 미수금 5828엔을 1엔당 2000원으로 계산해 1165만6000원을 지급하기로 하자 행정소송을 내고 같은 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씨는 “현재 가치를 반영하지 않은 지원금 규정 탓에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없고 가해자인 일본 및 기업에 대해 어떠한 청구도 할 수 없도록 제한한 한일청구권 협정이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1엔당 2000원 환산을 규정한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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