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 듣는다 - 김정한 부산은행 신탁부 부부장
[ 김은정 기자 ]
미국이 지난 16일 9년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제로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한국은행이 당장 기준금리를 올리지는 않겠지만 재테크 전략의 골격은 바뀔 수밖에 없다.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이란 기본 조건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중국 경제 둔화 등으로 내년 투자환경은 ‘시계(視界) 제로’ 상황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다. 내년 재테크 전략은 어떻게 짜야 할까.
김정한 부산은행 신탁부 부부장(사진)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중국 경기 등 악재가 이어져도 투자할 만한 기업과 상품은 있게 마련”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투자부문별 비중과 투자 상품의 만기 등을 잘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처의 옥석을 가리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김 부부장은 자산운용 업계에서 이름난 ‘고수’다. 20여년간 부산은행에 근무하면서 개인들이 은행에 맡긴 돈을 운용하는 데 최고 전문가로 통한다. 올해 부산은행이 개인연금 수익률 조사에서 주요 시중은행을 제치고 1위(수익률 연평균 5.11%)에 오른 데도 그의 힘이 컸다.
김 부부장은 내년 투자 전략과 관련해 일단 채권 투자 비중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 인상기에는 평가손실이 예상되기 때문에 만기까지 보유한 뒤 확정금리를 받을 게 아니라면 미리 투자 비중을 줄이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채권 투자 비중이 줄어든 만큼 주식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증시 투자 전략에 대해선 “예전처럼 경기 침체 후 호황기가 이어진다는 기대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업종보다 개별 기업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건설 조선 해운 화장품 등 특정 산업에 대한 분석보다 개별 기업의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가 투자 수익률을 좌우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역별로는 유럽 증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투자금 유출을 우려한 홍콩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이미 금리를 올리고 있다”며 “유럽은 양적 완화를 연장하는 추가 부양책을 내놓고 있어 당분간 유동성이 풍부한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채권 투자는 만기를 짧게 유지할 것도 조언했다. 김 부부장은 “구조조정을 마친 업종에 속한 기업에 대해서는 채권 투자를 적극적으로 고려해봐도 좋다”며 “부산은행은 글로벌 경기에 크게 영향받지 않는 제지, 제과업종 단기 채권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