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에 강한 신문 한경 JOB] 우리은행판 진짜사나이…실전 같은 교육으로 '진짜 은행원' 키운다

입력 2015-12-14 18:38
우리은행 신입 연수 따라가보니

아침 6시~밤 9시 일정 빼곡…가치관·현업 교육 등 강행군

모의 영업점 테스트 할 땐 선배 불호령에 눈물 '찔끔'
"맘은 바쁜데 몸이 안 따라줘…그래도 배우는 기쁨 커요"


[ 공태윤 기자 ]
“이 수표를 계좌로 입금해 주세요. 바쁘니까 빨리 처리해 주세요.”

“고객님. 제가 이제 막 배치받은 신입이라 작업이 다소 늦습니다. 죄송합니다.”

전산작업을 하던 연수생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지켜보던 면접관이 답답한 듯 한마디 했다. “목소리가 작습니다. 업무를 자신 있게 하세요. 그렇게 해서 고객이 신뢰를 갖겠습니까.”

지난 9일 경기 안성에 있는 우리은행 연수원. 올 하반기 공채 신입사원들의 ‘모의 영업점 테스트’가 열렸다. 10명이 한 조로 오전, 오후 두 차례로 나뉘어 치른 영업점 테스트에는 우리은행 221명, 우리카드 19명, 우리에프아이에스 21명 등 신입사원 261명이 평가를 받았다. 평가과제는 은행 영업점에서 필요한 입출금 통장 신규개설과 현금 입금, 수표발행과 지급, 수표계좌 입금 등 세 가지였다. 오?23일에는 환전과 대출에 대한 모의 테스트가 한 차례 더 열릴 예정이다.


현장에서는 후배들에 대한 선배 면접 담당자들의 날카로운 지적이 이어졌다. “업무에 집중하지 않으니 신분증 스캔을 못하고 전표 입금이 안 되는 실수가 생기는 겁니다. 은행업무는 정확하고 빠르게 해야 합니다. 우리는 단순한 오퍼레이터(operator)가 아니라 뱅커(banker·은행원)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수표는 배서를 받아야 합니다. 신분증 확인도 안 했네요. 전표에 도장 안 찍은 거 보이죠. 고객을 대할 땐 표정도 중요합니다.”

지적을 받은 연수생들의 얼굴은 금세 붉게 달아올랐다. 우리은행 신입사원 천서연 씨는 “어제 새벽 5시까지 예상문제를 만들어 전산 실습을 했는데 막상 실전에서는 너무 긴장해서 할 수가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천성용 씨는 “아직 전산도 익숙하지 않은데 고객 응대까지 하려니 마음은 바빴지만 몸이 따라주질 않았다”고 말했다.

이왕재 우리은행 인재개발부 부부장은 “고객 입장에서 보면 은행 직원의 업무가 만만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며 “처음에 실수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 요청을 전산처리해야 하고, 고객 응대와 상품 판매까지 1인 다역을 해야 하기에 힘이 든다”며 “특히 눈앞에서 현금이 왔다갔다하기 때문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면접 담당자로 참여한 박정윤 계장은 “단순 전산작업은 하루면 익힐 수 있지만 은행 업무 전반에 익숙해지려면 최소 3개월은 걸린다”고 연수생들에게 위로의 말을 던졌다.

우리은행 신입사원의 연수생활은 녹록지 않다. 7주간 연수기간에 매일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기상 운동과 식사시간을 제외하곤 계속 강의가 이어진다. 외출이 가능한 날은 2주에 하루뿐이다. 강의는 우리은행에 대한 소개와 은행원의 가치관 교육을 비롯해 수신, 여신, 외환, CS(고객만족) 등 업무 관련 내용을 우리은행 선배들이 직접 실사례를 들어가며 한다. 오대산 백리행군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체력단련 과정도 있다. 이론교육이 끝나면 종합평가가 이어진다. 3전 4기 끝에 은행원이 됐다는 최규광 씨는 “매일 새벽 2~3시까지 그날 배운 것을 복습하고 잠자리에 든다”고 말했다.

하루 해가 저문 이날 오후 7시. 식사를 끝낸 신입사원 261명은 한자리에 모여 다음날 우리카드 한새배구팀의 승전을 위해 힘껏 함성을 지르며 응원 연습을 했다. 지난달 16일 시작해 이달 30일까지 계속되는 연수원 교육을 끝내면 이들은 사령장을 받은 뒤 내년 1월부터 각 영업점에 배치돼 근무를 시작한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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