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사, 미국서 번 소득 30% 떼일 '위기'

입력 2015-12-13 18:46
한·미 조세정보 자동교환협정 비준안 국회 묶여…

한·중 FTA 갈등에 정치권 관심 밖으로
외통위도 처리 손놔…수백억 손실 우려
내년 9월 시행 위해선 올해안 통과 필요


[ 김주완 기자 ] 국회 비협조로 한국 금융회사가 미국에서 벌어들인 돈의 30%를 떼일 위기에 처했다. 한·미 조세정보 자동교환협정 비준 동의안이 국회에 묶이면서다. 여야 간 갈등으로 애꿎은 한국 금융회사만 수백억원의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외통위에서 ‘찬밥 신세’

지난 6월 한국과 미국이 공식 체결한 한·미 조세정보 자동교환 협정의 비준안은 아직도 해당 상임위인 외교통일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 이 협정은 한국과 미국 세정당국이 매년 정기적으로 상대 국가의 자국민 금융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 골자다. 예컨대 국세청은 한국에 개설된 5만달러 초과 미국인 계좌 정보를 매년 9월 말까지 정기적으로 미국에 통보해야 한다. 반대로 국세청은 미국에 개설된 연간 이자 10달러를 초과하는 한국인 계좌 정보를 매년 받아볼 수 있게 된다. 역외탈세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외통위는 비준안 처리에 손을 놓고 있? 비준안은 지난 7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외통위가 열리지 않아 10월에야 법안소위에 상정됐다. 법안소위에 상정된 뒤에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처리가 진통을 겪으면서 정치권의 관심사에서 벗어났다. 외통위는 한·중 FTA 동의 비준안이 처리된 11월30일 이후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외통위 관계자는 “의원들이 한·미 조세정보 자동교환 협정에 관심이 거의 없다”며 “외통위는 원래 처리할 법안이 별로 없어 법안소위를 1년에 열 번도 열지 않을 정도여서 올해 안에 비준안 처리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애가 탄다. 내년 9월 첫 시행을 위해서는 올해 안에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내년 4월 총선이 끝나고 국회 비준안이 통과되면 실무 준비 기간이 턱없이 부족해 미국과 약속한 시행 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간 소득 30% 뜯겨

한·미 조세정보 자동교환협정은 미국의 해외금융계좌납세협력법(FATCA)을 피해 나가기 위한 조치다. FATCA는 미국이 2010년 도입한 역외탈세 방지법 가운데 하나다. 전 세계 금융회사들이 미국 납세자가 보유한 계좌(5만달러 이상) 정보를 미국 국세청(IRS)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이를 어기는 금융회사는 미국에서 투자해 얻은 배당 이자 등 소득의 30%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이 정도의 벌금을 내고서는 정상적인 영업이 어렵다. 다만 조세정보를 교환하기로 협정을 맺은 국가의 금융회사는 예외다. 조속히 협정 비준안을 처리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해부터 국내 금융회사들은 국내에 있는 미국인 계좌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있다. FATCA를 우려해서다. 하지만 국회 비준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모든 게 허사다. 비준안이 의결되지 않으면 국세청이 금융회사로부터 받은 미국인 금융정보를 IRS에 통보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외통위 수석 전문위원도 동의비준안 검토보고서에서 “협정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국내 금융회사들이 FATCA 미이행 기관으로 지정돼 영업상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국내 금융회사의 미국 내 소득 범위를 금융회사 차원의 투자뿐만 아니라 개인 고객들의 각종 펀드자산으로까지 확대하면 피해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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