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민경 기자 ]
액티브(적극적 주식투자)펀드의 부진한 성과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인덱스(지수)펀드로 눈을 돌리면서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ETF는 보수가 저렴하고 거래비용이 낮을 뿐 아니라 소액으로도 분산투자를 할 수 있어 대표적인 장기투자 상품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인덱스와 액티브펀드의 특징을 결합한 '스마트베타' ETF가 새 화두로 주목받고 있어 앞으로도 ETF 시장은 확대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 ETF 규모 2조6660억 달러…헤지펀드 추월
11일 자본시장연구원이 시장조사업체 ETFGI를 인용해 낸 자료를 보면 글로벌 ETF 시장은 2000년대 들어 크게 성장해 올해 9월 기준 운용자산 규모가 2조6660억달러를 기록했다.
ETF는 공모펀드, 투자일임, 머니마켓펀드(MMF), 사모투자펀드(PEF)에 이어 5번째로 규모가 큰 투자수단으로 성장했다.
ETF 운용자산 규모는 이미 헤지펀드를 추월했고 PEF와의 격차도 2011년 1조7000억달러에서 지난해 1조1000억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지역별로는 미국이 71%로 압도적인 가운데 유럽이 17%, 아시아가 9%를 차지했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에서만 연평균 약 1600억달러 규모의 자금이 유입되며 글로벌 ETF 시장 성장을 견인했다.
ETF는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펀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주식이나 채권, 상품과 관련한 지수를 추종한다.
판매보수와 수수료가 없고 운용보수도 낮은 편이어서 일반적인 공모펀드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장기투자할 수 있다는 게 장점.
글로벌 ETF 시장 성장은 세계 경기의 불황으로 액티브 대형주펀드 수익률이 신통치 않은 것과 맞물린다. 액티브펀드에 실망한 투자자금이 대거 인덱스펀드로 옮겨오며 이 중 상당 부분이 ETF로 들어온 것이다.
미국자산운용협회(ICI)에 따르면 2010년~2014년까지 미국 액티브 대형주펀드의 89%가 벤치마크 지수 성과를 밑돌았다.
미국에서는 또 2007년~지난해까지 자국 주식에 투자하는 액티브 공모펀드로부터 6590억달러가 유출된 반면, 인덱스펀드로는 1조160억 달러가 유입됐다. 이 가운데 65%인 6660억달러가 ETF 시장으로 들어왔다.
국내 역시 2008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액티브 공모펀드에서는 66조원이 빠져나간 반면 ETF에는 15조원이 유입됐다. 공모펀드 침체 속에서도 ETF 시장은 계속 성장해 10월말 기준 운용자산은 21조8000억원에 달했다.
◆ ETF 기관투자자 비중 증가…스마트베타 주목
최근 글로벌 ETF 시장에서는 장기투자 성격의 기관투자자 비중도 점차 늘고 있다.
미국 ETF 시장에서 투자자문사와 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말 30%에서 지난해 40%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전체 기관투자자의 보유 비중은 49%에서 58%로 증가했다.
일본에서는 기관투자자의 ETF 보유 비중이 2012년 7월 80.8%에서 지난해 7월 84.7%로 상승했다. 특히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GPIF)과 일본중앙은행에서 주식투자 수단으로 ETF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스마트베타 ETF가 인기를 끌면서 장기투자 수단으로의 ETF 인기는 지속될 것이라 보고 있다.
스마트베타는 '규칙을 따른다'는 점에서 인덱스펀드 특징을, 초과수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액티브펀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베타 ETF는 올해 6월말 기준으로, 4973억달러 규모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4% 성장했다.
GPIF와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인 캘퍼스는 주식투자 기준 중 하나로 스마트베타를 채택하기도 했다.
자본시장연구원 권민경 연구원은 "스마트베타 상품은 장기적으로 초과수익을 거두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돼 장기투자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며 "스마트베타 ETF는 이미 자산운용업계의 새 화두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국내의 경우 주요국 대비 스마트베타 비중이 현저히 낮은 상황"이라며 "다양한 투자자 요구를 충족시키는 맞춤형 스마트베타 ETF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 ETF 시장의 유형별 운용자산 비중을 보면 스마트베타에 포함되는 상품 비중은 4%에 불과, 미국(26%)보다 크게 낮다. 반면 레버리지나 인버스 상품 비중은 22%에 달해 주요국 대비 단기매매 상품에 대한 수요가 높은 편이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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