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전장(電裝) 출사표' vs 현대차 "반도체 개발"
삼성, 부품경쟁력 최고…현대차, 수직계열화 완성
전기차 시대엔 완성차·부품업계 경계 사라져
핵심기술·고부가 창출 여부로 게임룰 바뀌어
[ 정인설 기자 ]
국내 1, 2위 그룹인 삼성과 현대자동차가 스마트카산업에서 만난다. 삼성이 자동차 전장(電裝·전자전기장비)사업에 진출하고 현대차는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삼성이 2000년 삼성자동차(현 르노삼성자동차)를 르노닛산에 팔고 완성차 사업에서 철수한 뒤 15년 만에 서로의 텃밭을 넘보지 않던 불문율이 깨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은 “절대 완성차는 만들지 않겠다”고 하고 현대차는 “반도체 설계만 할 것”이라지만, 업계에서는 양측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대 핵심 사업에 진출
삼성은 이미 세계 최고의 부품 경쟁력과 전기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기술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고 삼성디스플레이가 다양한 디스플레이를 만들고 있다. 삼성SDI는 LG화학과 세계 배터리 시장 1위를 다투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의 핵심 부품 중 하나인 모터 부문에선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전기차에서 모터와 배터리는 내연기관 차량의 엔진을 포함한 파워트레인에 해당한다.
삼성은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마지막 퍼즐을 지난 9일 조직 개편을 통해 보완했다. 삼성전자에 전장사업팀을 신설해 박종환 생활가전 C&M사업팀장(부사장)을 전장사업팀장으로 선임했다. C&M사업팀은 삼성가전에 들어가는 소형 모터 개발을 담당하는 곳이다. 1986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박 부사장은 1995~1997년 옛 삼성자동차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다.
삼성은 또 무선사업부 개발실을 소프트웨어 담당과 하드웨어 담당으로 나눴다. 스마트폰의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자동차 전장사업에 투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현대차는 ‘쇳물에서 완성차까지’ 만들며 세계 완성차업체 중 수직계열화가 가장 잘돼 있는 곳으로 꼽힌다. 하지만 미래 자동차의 핵심인 정보기술(IT) 개발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현대차는 반도체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작년 3월 김재범 전 삼성전자 전무를 반도체 설계 회사인 현대오트론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이어 작년 말 김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현대오트론 대표로 임명했다. 현대차는 현대오트론을 통해 자율주행차용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완성차와 부품사 구분 사라져
삼성과 현대차는 “스마트카 부문에서 경쟁하는 게 아니라 서로 협력할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현대차가 삼성 부품을 쓰지 恪嗤?앞으로 협력관계를 통해 삼성 부품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삼성의 부품 경쟁력이 좋아지면 현대차의 완성차 품질도 올라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래의 자동차산업은 현재와 양상이 달라 두 그룹이 상생을 넘어 경쟁관계로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내연기관 차량 시대엔 완성차업체가 주도권을 쥐었지만 전기차나 자율주행차량 시대엔 부품 회사의 입김이 지금보다 세질 수밖에 없어서다.
전기차에는 관련 부품 수가 가장 많은 엔진과 변속기가 필요 없다. 따라서 전체 부품 수가 대폭 줄어든다. 모터와 배터리만 있으면 전기차를 만들 수 있다고 얘기하는 이들도 있다.
부품 자체도 단순해져 완성차업체가 확보하고 있는 조립 능력 의존도가 줄어든다. 전기차 시대가 되면 부품 회사들도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자동차 메이커로 발전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신정관 KB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은 “삼성과 현대차가 특정 부품 사업에선 서로 경쟁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협력하는 ‘경쟁적 협력’ 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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