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시 폐지 4년 유예…혼란만 부채질 할 가능성

입력 2015-12-03 17:35
법무부가 2017년 말로 정해진 사법시험 폐지 시한을 2021년까지로 4년 더 유예하자는 주장을 내놨다. 법무부는 “국민의 80% 이상이 로스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 아래 사시 존치를 주장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그 여론이라는 게 불과 1000명에게 한 전화조사였다. 법조 개혁, 사시 폐지정책을 이렇게 성급하게 바꿔버리면 혼란만 가중된다.

법무부는 사시 폐지를 4년 유예하는 것이라지만 이는 시간을 벌어보자는 계산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법조 인력을 배출하는 기존의 시험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 사법 개혁은 공염불이 될 수도 있다. 사시제도는 ‘고시폐인’을 양산하는 극심한 비효율성에서부터 법조계의 비정상적 인맥형성 등 수십년 적폐가 적지 않았다. 재조·재야가 누려온, 그리고 엄연한 범죄행위일 뿐인 법조계 전관예우도 사시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도 경청해야 한다.

그런 폐쇄적 문화를 무너뜨리기 위해 국민의 90%가 넘는 지지로 도입된 것이 로스쿨 제도였다. 판사 검사 변호사로 들어서는 입문 경쟁은 낮추되 법조인이 된 뒤에도 계속 경쟁하도록 구조를 바꾼다는 취지였다. 학부의 여러 전공자에게 문을 열어 다양성과 전문성을 갖춘 현대적 법조인을 양성하자는 목적도 있었다. 이런 목표와 원칙을 정부 스스로가 허물겠다고 나선 꼴이다.

로스쿨의 학비 때문에 신분이동의 사다리가 사라졌募?주장은 허구다. 대부분 로스쿨은 파격적인 장학금으로 우수인재를 유치하고 있다. 법조인 양성을 위한 사회적 비용은 오히려 줄었다. ‘신기남 의원 아들 로스쿨 압력’ 같은 이례적인 일탈 행위로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지극히 감정적인 대응이다. 수일 전 대법원 자체조사에서 법원의 신뢰도가 61%로 낙제점에 걸린 사실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로스쿨과 사시로 이원화되면 법조 내 분열과 반목만 커지게 된다. 로스쿨 변호사가 배출된 게 이제 겨우 4년이다. 제도에 미비점이 있으면 보완하면 된다. 사시 유지에 따른 부작용도 함께 봐야 한다.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슈퍼개미]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