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이던 어제까지 며칠간 국회에서 벌어진 소동을 보는 국민의 마음은 심란하다. 충돌하는 법안, 처분적 법률을 가리지 않고 장마당 떨이하듯 싸구려 흥정과 협상의 도마에 오르는 법안들 말이다. 소위 5대 쟁점법안에 대한 심야회동의 합의는 날이 밝자마자 흐지부지됐고 정부가 그렇게 간절히 요청한 노동개혁 관련법은 정기국회에선 아예 물 건너간 모양새다.
대체 국회는 왜 언제나 이 모양인가 하는 질문을 다시 던져보게 된다. 제1야당 대표의 인식에서 뒤죽박죽된 법안 흥정의 주요한 단서가 보인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한·중 FTA 비준안 처리로 새누리당이 야당에 빚을 지게 됐으니 법안 심사 때 그 빚을 갚으라’고 말하고 있다고 한다. “관광진흥법은 대리점법 10개의 무게로 딜을 하자”는 발언까지 야당 의총에서 당당히 나왔다고도 한다. 이런 발언이 여야 모두에게 조금도 이상하지 않게 들리는 게 지금의 국회다.
심야에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는 국제의료사업지원법, 모자보건법 등 5개 법안 모두가 완전히 별개인 법들이다. 개별 법은 그 자체로 헌법적 가치를 준수하고, 정책적 지향점이 있고, 사회적 규제나 지원을 포함하고 있다. 당연히 독립적으로 충분히 심의 의결해야 한다. 다른 법에 끼워넣기로 아무렇게나 처리해도 좋은 그런 법안은 없다. 그런 법이라면 애초 제정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큰 것 하나 양보했으니 작은 것 서너 개 내놔라’거나, ‘여당에 절실한 것을 협조해줄 테니 우리 측 선거를 위해 이런저런 법안도 통과시켜 달라’는 것이 관행이 되다시피 한 상황이다.
1년 내내 정쟁만 일삼아온 국회다. 특히 야당은 국회선진화법을 방패로 정부가 요구하는 경제활성화법에 전혀 협조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미뤄놓은 숙제들을 벼락치기로 통과시키자니 제대로 된 심의는 애초 불가능하다. 노동개혁 법안은 이 어처구니없는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했다. 이런 흥정과 협잡의 소동 속에서 통과되는 법률들에 그 어느 국민이 존중심을 가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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