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선희 기자 ]
중국 위안화가 기축통화의 반열에 올라섰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에 편입되면서 달러화와 유로화에 이어 세계 3대 통화로 부상한 것이다.
다만 국내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편입 이슈가 시장에 선반영되면서 위안화 흐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위안화 약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달러. 유로화 이어 3번째 통화로 '우뚝'…5년 노력 결실
IMF는 30일(현지시간) 집행이사회를 열어 "중국 위안화는 SDR의 5번째 통화로써 모든 기준을 충족했다"며 SDR의 기반통화(바스켓) 편입을 승인한다"고 발표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성명을 통해 "SDR 기반통화에 위안화를 포함하는 결정은 세계 금융시스템에 중국 경제를 통합하는 중요한 이정표"라며 "이는 중국 정부가 통화와 금융 시스템 개혁을 해나가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SDR은 IMF가맹국이 국제 수지 악화 때 담보 없이 필요한 만큼의 외화를 인출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현재는 미국 달러, 유로화, 영국 파운드, 일본 엔화 등 4종의 통화로 구성돼 있다.
왕이재경 등 중국 현지 언론은 이번 SDR 편입에 대해 "위안화가 진정한 의미의 국제통화가 되었다"며 "위안화의 중요성이 국제적으로 공인되었다"고 1일 보도했다. 이어 앞으로 5년 동안 4~7억 위안 규모의 자금이 중국에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유나 동부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2010년 실패한 이후 5년간의 노력으로 이뤄낸 성공"이라며 "중국 금융당국의 금융시장 3단계 개방 일정의 흐름과도 잘 맞물린 결과"라고 말했다.
IMF SDR 바스켓 통화 비중은 기존의 시장 예상(10~15%)보다는 적은 10.92%로 결정됐다. 미 달러 41.73%, 유로 30.93%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비중이다. 엔화와 파운드는 각각 8.33%(기존), 8.09%로 위안화보다 비중이 낮아지게 됐다.
위안화의 SDR 편입은 9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0월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위안화 SDR편입 이벤트, 단기 영향 미미…"내년 상고하저 흐름 전망"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위안화의 SDR 편입 소식이 위안화 흐름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장기적으론 강세를 나타내겠지만 당분간은 약세 흐름을 지속할 것이란 분석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SDR 바스켓 통화 편입은 단기적으로 위안화 강세 재료지만 시장엔 이미 선반영됐다"며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 연구원은 "그간 중국 외환당국은 역내외 시장를 통해 위안화 가치를 지지해왔다"며 "위안화는 미 달러 강세, 부진한 중국 경제 등을 반영해 약세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추가적으로 위안화의 약세를 용인하거나 유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정하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위안화의 SDR 편입은 중국 통화정책의 독립성 확보를 의미한다"며 "중국 정부의 좀 더 강력한 경기부양 정책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내다봤다. 정 연구원은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이전까지 위안화가 약 5% 정도 추가 절하될 것으로 예상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SDR편입 이후 중국은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거나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의견이 중론"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박 연구원은 "중국이 주변국의 신뢰를 잃을 정도의 절하에 나서진 않을 것"이라며 "유로화, 엔화의 추가 절하가 없다는 가정 하에 위안화는 안정적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위안화 약세는 소폭인 2~3% 수준에서 제한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박유나 연구원은 내년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상고하저'의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즉 위안화 통화의 흐름은 상반기 약세, 하반기에는 강세를 나타낸다는 의미다.
박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엔 위안화 약세 요인이 많다"며 "중국의 자본시장 개혁 개방이 가속화돼야 하는 만큼 핫머니 유출 우려가 여전하고 SDR 편입은 내년 10월이므로 당장 수요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편입 비중 또한 시장 예상보다 적은 수준이므로 단기적으로 환율 흐름을 바꿔놓기 쉽지 않다는 진단이다.
그는 "그러나 하반기에는 실질적인 위안화 수요가 발생하고 미 달러화 강세도 완화될 것"이라며 "위안화의 강세 모멘텀(동력)이 부각되면서 신흥국 통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내년 원·달러 환율 역시 위안화 흐름과 동조화되며 상고하저의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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