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반도·흑해 패권 놓고
4백년간 전쟁·유혈 대립
러기 격추로 세삼 주목
[ 이정선 기자 ]
터키가 지난 24일 시리아 접경지역을 비행하던 러시아 전투기 수호이(SU)-24 한 대를 격추하면서 역사적으로 오랜 앙숙이었던 양국 관계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 러시아와 터키는 역사적으로 수백년간 발칸반도에서 흑해에 이르는 지역을 장악하기 위해 전쟁을 벌였고, 지금도 이곳에서 유혈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며 양국의 해묵은 분쟁을 재조명했다.
16세기 이후 발칸반도 진출을 노렸던 러시아제국과 이를 방어하려는 오스만제국(터키공화국 수립 이전)은 끊임없이 크고 작은 전쟁을 벌였다. 크림전쟁을 비롯해 제1차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양국 분쟁의 역사는 400여년에 이른다.
터키 정치경제사회연구재단(FPES)의 무랏 예실타 안보담당 국장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러시아 해군이 흑해의 광범위한 지역을 장악하면서 터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터키어를 쓰는 크림반도 내 타타르족 지도자들이 추방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많은 터키인이 분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터키와 러시아의 갈등이 최근 첨예하게 맞붙는 지역은 이번에 러시아 전투기가 격추된 터키 남부 시리아 접경지대에 있는 하타이주(州) 일대다. 터키에서 지중해 서안을 따라 시리아 남쪽으로 뻗은 하타이주는 터키와 아랍민족이 뒤섞여 있는 데다 무슬림과 기독교인 간 종교분쟁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고대 시리아 수도였던 안티오크가 속해 있는 하타이주는 오스만제국 영토였다가 1차대전 후 국제연맹 중재로 시리아를 식민지로 삼았던 프랑스로 넘어갔다. 이후 하타이주 내 터키 민족이 1938년 시리아에서 벗어나 독립을 선포한 뒤 이듬해 터키 영토로 편입됐다.
시리아는 역사적 근거를 들어 지금도 하타이주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고, 시리아 정부와 동맹관계인 러시아도 이 같은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반면 터키는 하타이주 외곽에 거주하는 범(汎) 터키족인 튀르크멘족과의 혈연관계를 내세워 향후 시리아 붕괴 이후의 시리아 내 지분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외교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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