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나는 왜 '왜'라고 되묻는가

입력 2015-11-26 18:36
'지식재산권 제도 수입국'에서 제도 운영 성공 사례된 한국
지재권 제도 주요 규정에 대해 끊임없는 본질적 의문 가져야

최동규 < 특허청장 dgchoi15@korea.kr >


필자는 특별히 호기심이 많은 사람은 아니다. 직접 관련이 없는 일이나 아무리 애를 써도 모를 일에 대해선 크게 궁금해하지 않는 편이다. 예를 들어 “해는 왜 하나일까” 같은 의문을 품진 않는다.

하지만 조금 노력하면 답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거나, 여러 제도의 필요성 또는 이유에 대해선 늘 궁금해하고 답을 찾아보는 버릇이 있다. “새는 왜 비 오는 날엔 낮게 날까? 진짜 낮게 나는 걸까, 아니면 비 오는 날 우울해진 기분 때문에 날아가는 새마저도 낮게 나는 것처럼 보이는 걸까” 같은 궁금증이 있었다.

세상이 좋아져 스마트폰 터치 한번이면 바로 답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소소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해결하는 기술적 어려움은 사라졌다. 그래도 필자는 타인이 써놓은 걸 보고 답을 찾기보단 스스로 답을 향해 나아가길 좋아한다.

요즘엔 지식재산권법을 두고 “왜 규정이 이렇게 돼 있을까” “왜 이 규정이 필요할까” 등으로 골치 아프다. 그냥 주어진 讀ㅄ酉?적용하고 나중에 필요하면 고치면 될 것을 굳이 시시콜콜 해당 규정의 목적과 의의까지 파헤치려 하니 필자의 사고 용량은 늘 초과되고, 과부하가 걸린다. 편한 방식을 버리고 이렇게 하는 덴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알다시피 한국의 현행 지식재산권 제도는 자체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다. 한국보다 기술이나 시장경쟁체제가 발전한 국가들로부터 배워온 것이다. 지재권 제도를 처음 도입했을 땐 ‘왜’에 대한 답이 뻔했다. 이 같은 지재권 제도를 가지고 선진국이 오늘의 발전을 이뤘으니 ‘왜’보단 절대선에 가까운 그 제도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한국이 세계 4위의 지재권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여러 나라가 한국의 지재권 제도를 배우려 하고, 새로운 쟁점에 대한 대응 방법을 묻고 있다. 이젠 우리에게 ‘왜’가 중요해진 것이다. “왜 특허 가능성을 따질 때 진보성 요건을 둬야 할까” “진보성 요건이 폐지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왜 애플 아이폰의 둥그런 모서리가 디자인 권리로 보호받을까” “왜 그런 식으로 디자인보호법을 운용할까” 등 수많은 ‘왜’가 존재한다. 그 이유를 제대로 알아야 지재권 제도로 한국의 기술과 산업발전을 촉진하고, 해외에서도 우리 법과 제도가 세계 최고라고 인정해줄 것 아닌가.

최동규 < 특허청장 dgchoi15@korea.kr >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슈퍼개미]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