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펀드시장, 꼬리 감춘 '용(勇)과장'

입력 2015-11-17 18:16
중소형주 과감히 담아 수익률 싹쓸이했던 '용과장'들
대형주 회복세인 하반기에 부진…수익률 상위 7개 펀드 중 6개
전통 투자 스타일 중년 '소부장'

"용기있지만 위기 대응은 떨어져…발빠른 트렌드 발굴은 배울 만"


[ 김우섭 기자 ] 30대 초·중반의 젊은 펀드매니저들이 주도했던 서울 여의도 자산운용업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상반기에 수익률 상위권을 싹쓸이했던 이들이 주춤하는 사이에 하반기 들어 ‘산전수전 다 겪은’ 40~50대 펀드매니저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기 시작한 것. 기업 성장성이 보이면 과감하게 사들이는 ‘용과장(용감한 과장급 매니저)’이 지고 신중한 투자 스타일을 고수하는 ‘소부장(소심한 부장)’이 다시 빛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동일권 대표 수익률 1위

17일 펀드정보 제공업체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 중인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설정액 100억원 이상, 연초~지난 13일) 상위 7개 펀드 가운데 6개가 40대 전후~60대 매니저들이 운용하는 펀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반기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 상위 1~7위를 차지했던 1981년생 박택영 미래에셋자산운?매니저(1위, 미래에셋한국헬스케어펀드)와 1979년생 김명식 대신자산운용 매니저(대신성장중소형주펀드) 등 30대 매니저들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하반기 들어 수익률 1위는 1955년생인 동일권 라자드코리아자산운용 대표가 운용하는 ‘라자드코리아펀드’로 파악됐다. 26.80%의 수익률을 올리며 올 들어 1095억원의 자금이 추가로 유입됐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3.71%였다. 2위 박경륜 미래에셋운용 매니저(25.49%), 3위 김서영 한화자산운용 매니저(22.78%), 5위 권오진 메리츠코리아 매니저(19.43%), 6위 박현준 한국투자신탁운용 매니저(16.27%) 등도 모두 30대 후반~40대 후반이다.

박경륜 매니저는 “시가총액이 낮은 소형주는 거의 담고 있지 않아 하반기 중소형주 하락 국면에서 수익률을 방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현진 미래에셋자산운용 매니저는 수익률 상위 7개 펀드매니저 중 유일한 30대 초·중반이다. 그가 운용하는 미래에셋가치주포커스펀드(수익률 22.55%)는 저평가된 가치주에 장기 투자하는 펀드로 변동성이 낮은 편에 속한다.

◆‘용기’와 ‘무모함’ 사이

올 상반기 30대 초·중반의 젊은 매니저들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전통 대형주보다는 성장성이 높으면서 박스권 장세에 비켜나 있는 중소형주에 주목했다. 이들은 대부분 과장·차장급으로 변동성이 높은 중소형주를 과감히 담는다는 뜻의 용과장으로 불렸다. 그러나 하반기 주가수익비율(PER)이 지나치게 높았던 종목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대형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수익률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남상직 한국투자운용신탁 채널영업본부 부장은 “자본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든 2008년 이후 입사한 용과장의 위기 대처 능력에 대해선 늘 의문 부호가 따라붙었다”며 “장이 좋을 땐 용기라고 할 수 있지만 리스크가 높은 상황에선 무모함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40대의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높은 스펙을 자랑하지만 위험관리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능력은 다소 뒤처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젊은 매니저들은 정보기술(IT)이나 바이오, 화장품 등에서 중소형주를 발굴하며 우수한 운용 성과를 거둔 점은 인정받아야 한다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의 30대 펀드매니저는 “올 들어 한미약품 주가가 급등세를 이어오고 있지만 PER 등을 따지며 가치투자를 선호하는 선배들은 절대 이 종목을 담을 수 없다”며 “미래 성장성에 과감하게 베팅하는 쪽이라면 우리가 좀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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