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개인재무관리 ABC] (28) 헤지의 기회비용

입력 2015-11-04 18:35
수정 2015-11-11 19:47
유진 < 한양대 교수 >


헤지(hedge)라는 영어단어는 울타리, 장벽이란 뜻으로 재무금융에서는 기존의 혹은 향후의 투자 리스크를 제거하는 것을 말한다. 별로 친숙하지 않은 영어단어이지만 헤지를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가령 주식 A를 보유한 사람은 항상 주가 하락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 이 위험을 제거하는 가장 확실한 헤지는 당장 주식을 팔아 현금화하는 것이다. 선물이나 복잡한 구조의 파생상품을 반드시 동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주식을 팔기 어려운 상황도 있다. 예컨대 주식형펀드 B가 펀드약관상 주식을 항상 일정 비율 이상 보유해야 하는 경우다. 이때 B 매니저는 주식을 매도하는 대신 그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선물을 매도하면 위험을 제거할 수 있다. 연금리=r, 투자기간=t일 때, 주가 S와 선물가 F의 관계는 F=S(1+r×t)이므로 S가 하락(상승)하면 F도 하락(상승)한다. 그러므로 보유 주식들을 선물가 F로 (공)매도해 놓으면 향후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볼 때 선물투자에서는 이익을 볼 수 있다. 왜냐하면 S 하락 시 F도 하락하므로 (선물의 매도 포지션 청산을 위해) 선물을 되살 때 오늘 매도 가격보다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오늘 선물을 적절히 매도하면 향후 주가가 하락해도 (주식과 선물을 합친) 총투자의 손실을 0으로 만들 수 있다. 이처럼 헤지의 유일한 목표는 향후 손익의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향후 주가가 상승하면 어떨까? 주식 투자에서는 물론 이익을 볼 것이다. 반면 향후 선물가 또한 상승하므로, 선물 투자에서는 오늘 판 가격보다 나중에 더 비싸게 되사야 하므로 손해다. 즉 향후 주가가 상승해도 총투자의 손익은 0이 된다.

그런데 사후적으로 주가가 상승하면 ‘선물을 매도하지 않았다면 주식에서 돈을 벌 수 있었는데’하며 후회할 수 있다. 이런 투자자는 헤지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는 것이다. 마치 지난 1년간 교통사고가 없었다고 해서 1년 전에 자동차보험을 들지 말았어야 하는데 하며 후회하는 것과 다름없다.

적잖은 투자자들이 이런 유형의 후회를 한다. 예컨대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 49만원까지 하락한 삼성전자 주식을 팔지 않았으면 현주가 130만원에 팔 수 있을 텐데 하는 후회이다. 명심하라. 미래는 불확실하다. 미래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려면 헤지를 해야 하며 헤지에 따르는 기회비용은 수익의 포기이다. (위험한) 수익을 좇으려면 헤지를 포기해야 하고 안전한 헤지를 원하면 수익을 포기해야 한다. 위험도 없애고 동시에 수익도 올리기 바란다면 도둑의 심보이다.

유진 < 한양대 교수 >



[인터뷰] 가치투자의 달인, "휘열" 초보개미 탈출비법 공개
[강연회] 가치투자 '이채원.최준철.이상진' 출연...무료 선착순 접수중 (11.6_여의도 한국거래소)